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희토류 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수출을 전략적으로 제한하며 맞섰다. 중국은 이달 초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원소 7종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잠수함, 레이저, 전기 모터,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 첨단 기술 제품에 필수적인 금속 원소다. 특히 F-35 전투기 한 대에는 약 408㎏의 희토류가 사용된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채굴의 약 60%, 가공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 가격은 과거에도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와 맞물려 급등한 전례가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희토류 가격은 톤당 약 1만400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2021~2022년에는 약 1만1500달러를 기록했다. 두 시기 모두 중국의 수출 규제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출 규제가 지난 2010~2011년 희토류 대란을 재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에도 중국의 일본 수출 중단 직후 가격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3개월 뒤 사상 유례없는 급등세가 이어진 바 있다. 2009년 1월 ㎏당 91달러였던 디스프로슘 가격은 2011년 8월 2377달러로 26배나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조치가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고 전략적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전기차 등 자국 핵심 산업은 보호하는 한편, 서방의 방위 산업과 드론 제조업체 등을 정조준해 최대한 타격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며 "서방을 비롯한 전 세계는 공급망 다변화와 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중갈등으로 공급망 조달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제조기업의 53.4%가 트럼프 2기 이후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견기업(55.1%)과 중소기업(53.5%)의 우려가 두드러졌으며,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적절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