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200조원 규모로 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두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하반기 임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체 개발은 물론 기술이전 물질에서도 주요 임상 결과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K-바이오의 기술력과 상업화 성과가 맞물리는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다음달 한국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연말 톱라인(Top-line)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위장관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는 점과 '한국인 맞춤형 약물'이라는 차별성을 앞세워, 최초의 국산 GLP-1 수용체 작용제(RA) 계열 비만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시가 유력하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GLP/GIP/GCG) 후보물질 'HM15275(개발코드명)'의 고용량 장기 투여 임상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1상 결과에서는 최대 10.6%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또 다른 후보물질 'HM17321'도 임상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기전으로 기존 비만약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DA-1726'의 최대 내약 용량(MTD) 추가 임상 1상을 최근 개시했다. 이번 임상을 통해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연내 톱라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도 순항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Messera)'에 기술 이전한 파이프라인들에서 임상 성과가 기대된다. 앞서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2023년 멧세라와 총 55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6종을 이전한 바 있다.
멧세라는 연내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MET-224o'의 4주 투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물질에는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ORALINK)' 기술이 적용됐다. 또 멧세라는 해당 물질과 'MET-097o'를 병용하는 임상1상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Sullivan) 조사 결과 지난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801억 달러(약 112조원)를 기록했다. 오는 2028년에는 1423억 달러(약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급성장세는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다변화와 소비자의 약물 감량 수요 확산 등에 기반한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경쟁에서 후발주자지만, GLP-1 기반 글로벌 제품의 한계점을 정조준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은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했지만, 고가 가격과 메스꺼움,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단기적인 상업화보다 중장기 임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면, GLP-1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