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 내 석유·가스 가격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종식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그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2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에 우려를 나타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사태는 ‘가격은 로켓처럼 오르고, 깃털처럼 떨어진다’라는 미국 에너지 산업계의 오래된 격언을 확인시켜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석유 생산과 선적이 정상화되는 데는 약 6~8주가 걸릴 것”이라며 “그 시점이 되면 브렌트유는 이란 전쟁 시작 전보다 높은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안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24일 국제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시작 이후 약 40%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전미자동차클럽(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가솔린 가격 또한 갤런당 3.97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1달러 폭등한 수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번 전쟁으로 특히 디젤과 항공유의 글로벌 공급이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 가격은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운송비 상승으로 식료품 가격이 비싸질 수 있으며, 여름 여행 시즌의 항공권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이 같은 징후가 포착됐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는다면 티켓 가격을 20%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 업계를 대변하는 마이크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회장도 "가격이 어디로 갈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석유 자산의 상태가 어떨지 가동이 중단된 생산 시설을 다시 가동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닐 마호니 스탠퍼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이 제한돼 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던 사례를 언급했다.
마호니 교수는 “당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봄에 급등한 이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서서히 하락했다”며 “미국 정부는 석유와 가스 가격이 빨리 떨어지기를 원하겠지만, 에너지 시장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