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유럽에서 판매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의 실주행 연료소비가 공인 기준과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연비 인증 체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포르쉐 등 고성능 수입차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실주행 연료소비 구간에 포함됐으나, 공인 연비와의 괴리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일 독일 프라운호퍼 시스템 및 혁신연구소(Fraunhofer Institute for Systems and Innovation Research, 이하 프라운호퍼 ISI)에 따르면 2021~2023년 유럽에서 등록된 약 140만 대의 PHEV 실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 연료소비가 공인 연비 대비 평균 3~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WLTP(국제표준차량시험절차) 기준 공인 연비가 100km당 1.0~1.7ℓ(리터)수준인 데 비해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평균 6.0~6.2리터의 연료를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브랜드별로는 포르쉐, 페라리, 벤틀리, 랜드로버 등 고성능 브랜드의 연비 괴리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포르쉐는 실주행 시 100km당 7~10리터의 연료를 소모하며 조사 대상 가운데 최하위권 효율을 기록했고, 메르세데스-벤츠·BMW·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8~10리터 수준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아, 토요타, 포드, 르노 등 대중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실주행 연료소비 구간에 포함됐다. 이들 브랜드의 PHEV는 평균 100km당 5리터 미만 구간에 주로 분포했지만, 공인 연비 대비 실주행 연료소비가 더 높게 나타난 구조 자체는 동일했다.
현대차의 경우 실주행 데이터가 일부 포함됐으나 브랜드별 분포 분석에서는 제외되고 평균값 비교에서도 참고치로만 제시됐다. 지난 2023년 기준 표본 수가 100대 미만에 그쳐 타 브랜드와의 직접 비교나 수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유럽환경청(EEA)이 공개한 차량 내 연료소비 기록(OBFCM·On-Board Fuel Consumption Monitoring) 원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OBFCM은 2021년부터 유럽연합(EU)이 신차에 의무 장착하도록 한 장치로, 차량의 실제 주행거리와 연료소비량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연구진은 PHEV의 실주행 연료소비가 공인 수치보다 크게 높은 원인으로 충전 빈도 저조와 잦은 내연기관 개입을 지목했다. 실험실 주행 사이클이 가정하는 전기 주행 비율(70~85%)과 달리 실제 도로 환경에서 전기 주행 비중은 평균 31%에 그쳐 시험 환경과 실사용 환경 간 구조적 격차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EU가 추진 중인 실도로 기반 배출 규제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는 OBFCM 실측 데이터를 탄소 배출량 산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실도로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조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