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 라스베이거스(미국)=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조 현장을 출발점으로 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상용화 전략을 공개하며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 체계에 편입해 생산성·안전·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로봇 활용 범위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미디어 데이에서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를 주제로 중장기 로보틱스 전략을 발표했다. CES 2022에서 제시한 '이동 경험의 확장'을 잇되, 인간의 삶과 직접 맞닿는 협업형 로봇으로 전략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로보틱스 전략은 하드웨어와 이동성 중심의 로보틱스를 넘어 실제 환경에서 학습·판단·행동이 가능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로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로봇을 단순 자동화 장비가 아닌 제조 구조에 참여하는 주체로 활용하겠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은 제조·물류·판매 전 과정에서 확보되는 현장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고 학습 결과를 다시 로봇과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구조를 통해 모빌리티뿐 아니라 로보틱스 전반으로 적용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피지컬 AI는 이번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됐다. 실제 환경에서 하드웨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기술로, 로보틱스와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전반에 적용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축적할 계획이다. 확보된 기술을 토대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 조성도 함께 검토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통해 인류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인간과 로봇의 협력을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기업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제조 현장에서 시작되는 휴머노이드 투입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함께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개발형 모델을 공개하고, 이를 그룹 제조 환경에 투입해 성능을 고도화한다. 휴머노이드를 실제 생산 라인에서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56자유도 관절 구조와 촉각 센서를 갖춘 손, 360도 인식이 가능한 카메라를 탑재했다. 최대 50kg의 하중을 들 수 있고, 고온·저온 환경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돼 반복·고위험 공정 투입을 염두에 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된 공정부터 도입하고, 2030년 이후 조립 공정까지 확대한다는 일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학습과 검증을 전담하는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올해 미국에 개소할 예정이다. RMAC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과 연계돼 반복 학습에 활용된다.
이러한 학습 구조를 통해 로봇은 공정별 요구 조건에 맞춰 성능을 개선하고, 현장 투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도록 설계됐다. 고강도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훈련을 거친 AI 로보틱스는 향후 일상생활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 그룹 역량 결집한 AI 로보틱스 생태계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을 통해 축적한 대량 생산 경험과 공정 제어 기술을 AI 로보틱스에 이식한다. 제조 인프라, 부품, 물류,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2E)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양산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현대차·기아는 생산 인프라와 공정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대모비스는 로봇용 정밀 액추에이터 개발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자동화와 공급망 운영 효율화를 통해 로봇 적용 범위를 제조 외 영역으로 넓힌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아틀라스용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로봇 부품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자동차 부품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핵심 부품의 신뢰성과 표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병행된다. 현대차그룹은 AI 인프라와 시뮬레이션 환경을 활용해 로봇 개발과 검증 효율을 높이고,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학습을 진행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휴머노이드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생성형 AI 기반 모델을 적용해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휴머노이드 구현이 목표다.
사업 모델 측면에서는 로봇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RaaS(Robots-as-a-Service)를 도입한다. 원격 관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유지보수를 통합 제공해 도입 부담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스팟과 스트레치는 이미 인텔, 미쉐린, DHL 등 글로벌 기업의 생산·물류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물류, 건설, 시설관리, 에너지 분야로 확장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해 AI·로봇·자율주행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로보틱스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아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