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LG화학이 중국 케이블 소재 전문 회사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케이블용 친환경 난연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고부가 폴리염화비닐(PVC) 소재를 앞세워 전기차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 친환경·고기능 소재 중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10일 LG화학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쥐두성고분자과기유한공사(聚都盛高分子科技有限公司, 이하 쥐두성고분자)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이 자사가 개발한 초고중합도 PVC 소재를 쥐두성고분자에 공급하고,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충전용을 포함한 전력 케이블용 친환경 난연 소재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이번 협력을 통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초고중합도 PVC 기반 케이블 소재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충전시설 서비스 역량 3년 배가(倍增) 행동계획(2025~2027)’을 통해 2027년까지 충전 인프라를 두 배 이상 확충하기로 밝힌 가운데 충전케이블용 고성능·난연소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쥐두성고분자의 현지 제조 역량과 유통망을 결합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중국 내 친환경 케이블 소재 공급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양사 파트너십의 핵심은 LG화학이 독자 개발한 초고중합도 PVC ‘HRTP4000’이다. HRTP4000은 기존 PVC보다 중합도 지수가 4배가량 높아 내열성과 유연성이 우수하고, 화재 시 불길 확산을 억제하는 난연 성능을 갖췄다. 재활용이 용이해 충전케이블 등 전력 인프라용 부품의 순환경제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LG화학은 지난 5월 열린 '차이나플라’ 전시회에서 HRTP4000을 적용한 충전케이블을 선보였으며, 기존 소재 대비 유연성이 약 30% 높고 극한 산소 지수(LOI)도 26으로 난연성이 향상된 성능을 입증했다.
LG화학과 쥐두성고분자는 단순 소재 공급을 넘어 제품 공동 개발·기술지원·시장 자원 공유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LG화학은 고부가 PVC소재 기술력과 쥐두성고분자의 현지 생산 및 가공 전문성을 결합해 전기차 충전케이블 시장뿐 아니라 산업용 와이어, 내열·내마모성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중국 내 친환경 난연 케이블 시장은 전기차 보급과 더불어 급속히 성장 중인 만큼 이번 협력이 양사 모두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앞서 올해 초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이엘일렉트릭'과 협력해 초고중합도 PVC를 적용한 충전케이블 개발을 시작하며 시장 진출 기반을 다졌다. 당시 LG화학은 자사 고부가 PVC를 삼성에프씨의 컴파운딩 공정을 거쳐 이엘일렉트릭의 급·고속 충전용 케이블에 공급하는 구조로 협력했으며, UL2263 난연성 인증을 추진 중이다.
쥐두성고분자는 전기선·케이블용 고분자 소재를 전문으로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전선 피복재, 절연재, 충전케이블용 복합소재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특화된 PVC·TPE 기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충전선용 고내열·난연 복합소재 개발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자체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소재 배합 기술과 가공 공정을 고도화하며, 중국 주요 완성차·충전설비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