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네덜란드 최대 조선소 다멘이 대러시아 제재 위반과 부패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한 가운데 영국 해군기지지원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영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 안보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요한 해군 인프라 사업을 외국 기업에 아웃소싱해 정보 유출과 보안 위험이 크고, 법적 소송에 직면해 있는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국가적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MoD)는 세르코와 8억 5000만 파운드(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국방 해양 서비스(DMS NG) 선박 교체 프로젝트(VRP)를 체결했다. 세르코는 향후 10년간 영국 해군의 클라이드, 데번포트, 포츠머스 해군 기지에서 해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선박 교체 프로그램의 보조함은 다멘에서 건조해 인도받는다. 세르코가 주계약자이고 다멘이 하청업체인 셈이다.
세르코는 영국 해군을 위해 이전에도 다멘과 협력한 바 있다. 2007년 양사는 현재 계약과 유사한 규모의 미래 해양 서비스 제공(Future Provision of Maritime Services) 프로그램을 위해 29척의 선박을 인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선박 계약에서 다멘은 ASD 예인선, RSD 예인선, 파일럿 보트, 바지선, 크레인 바지선 등 총 24척이 포함된다. 이 선박들은 현재 운항 중인 노후 선박을 대체해 영국 해군의 보조 함대 현대화를 지원한다. 선박 인도는 2027년부터 2028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세르코는 영국 해군과의 계약에 따라 선박 예인, 승객 이송, 바지선 및 탱크 세척을 담당해 필수적인 항만 이동 및 지원 서비스의 지속성을 보장한다.
영국 국방부가 세르코와 다멘과 함께 해군기지 전반의 해양 지원 작전의 효율성과 복원력을 향상시키고자 하지만 이번 계약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중요한 해군 인프라를 외국 조선소에 아웃소싱할 뿐만 아니라, 운영상의 실패 이력이 있는 민간 계약업체에 감독권을 넘겨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외국 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건 핵심 역량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민감한 정보 유출 위험과 국가 전략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제1야당 보수당의 제임스 카틀리지 예비내각 국방장관은 중요한 해군 지원을 민간 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것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비미시 로드 영국 상원의원은 영국 조선업 일자리 감소 가능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특히 선박을 건조하기로 한 다멘이 러시아에 대한 EU 제재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로 네덜란드 검찰에 의해 형사 고발된 상태라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
다멘의 주요 혐의는 2022년 러시아 등 제재 대상국에 대한 군사력 강화 물품 공급(제재 위반)과 2006~2017년 해외 선박 판매 과정에서 뇌물 수수, 문서 위조, 자금세탁(부패 혐의) 등이다. 이에 대해 다멘은 EU 제재 위반과 부패 혐의 모두를 부인하고 있지만 향후 법적 결과에 따라 사업 및 평판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멘은 현재 네덜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해군 함대 교체 사업 등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계약 수주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이러한 의혹이 드러나기 전에 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윤리 및 법적 비판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주계약자인 아웃소싱 기업인 세르코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도 높지 않다. 이 회사는 의료 및 운송 서비스 제공 실패부터 해외 정부 계약 부실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스캔들에 직면했다. 이러한 과거는 영국 해군 프로젝트에 대한 세르코의 참여가 감독과 책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운영상의 위험도 제기된다. 군수지원함, 수송함 등 보조함은 해군의 함대 대비 태세 유지 능력에 필수적이다. 감독과 건조를 모두 아웃소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실 관리, 지연 또는 비용 초과문제로 인해 영국 해군의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또 다멘과의 관련된 법률, 물류, 기술 등 어떤 문제든 세르코 경영 구조를 거쳐야 해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의사 결정을 지연시켜 직접적인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을 포함한 비평가들은 "세르코의 참여는 엄격하게 검토돼야 하며, 효율성과 전문성의 필요성을 위해 책임성과 윤리, 국내 산업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