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폴란드가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블랙매스 전처리 산업의 유럽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지 전처리 중심 구조 속에서 후처리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사업 확대와 공급망 참여 가능성이 주목된다.
24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폴란드는 성일하이텍, AE엘리멘탈(AE Elemental) 등 기업을 중심으로 블랙매스 전처리 시설을 중심으로 유럽 내 배터리 재활용 허브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 전처리 산업은 물리적 공정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금속이 함유된 블랙매스를 생산하며, 고순도 금속 정제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다.
블랙매스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폐배터리를 분쇄·파쇄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검은색 또는 짙은 회색 분말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 금속이 포함돼 있다. 이는 금속 회수를 위한 재자원화용 중간 원료로, 유럽연합(EU)는 블랙매스를 순환경제 핵심 자원으로 인식해 전처리·후처리·소재 제조를 아우르는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
블랙매스 산업은 전처리와 후처리로 구분된다. 전처리는 사용 후 배터리를 파쇄·분리·건조 처리해 블랙매스를 생산하는 물리적 공정이며, 유럽 특히 폴란드에서 활발하다. 후처리는 블랙매스로부터 화학적 공정을 통해 금속을 정제·추출하는 단계로, 한국과 중국, 일부 유럽 기업들이 중심이 돼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와 전해질 소재로 재가공한다.
폴란드 블랙매스 수출액은 작년 3812만 달러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싱가포르가 최대 수출국으로 1503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의 39.4%를 차지했고, 한국 수출액은 927만 달러로 24.7% 감소하며 2위로 하락했다. 일본과 벨기에는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독일은 170만 달러로 감소세를 보였다.
EU는 올 3월부터 블랙매스를 위험 폐기물로 분류하고, 수출 시 바젤 협약에 따른 사전 통보와 양국 허가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 OECD 및 바젤협약 체약국으로 수출 대상국에 포함되지만, 환경부 승인 등 복수 행정 절차와 위험물 운송 조건이 요구된다. 블랙매스는 국제 해상(IMDG) 및 항공(IATA) 위험물 규정에 따라 라벨링과 포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U는 블랙매스 등 재활용 원료에 대해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를 도입 중이며,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사용과 공급망 관련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가 도입될 경우 투명성이 강화돼 조달비용이 약 10~20%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이 현지 정제공정에 대한 투자 전략을 병행하면 공공 펀딩 참여 기회와 현지 OEM 공급계약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코트라 바르샤바무역관 관계자는 "폴란드는 유럽 내 블랙매스 전처리 허브로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등 후처리 기술 역량을 갖춘 국가들은 기술 협력, 공정 분담, 현지 시설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순환공급망 참여를 모색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은 블랙매스를 단순한 수입 대상이 아닌 글로벌 순환공급망 내 핵심 금속의 안정적 확보와 더불어 기술 기여와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자원 전략의 일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