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명은 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사업이 지난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통가의 손님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사용처에 포함된 편의점 업계는 라면 등 먹거리와 생필품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대폭 늘리며 특수를 노리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됐지만 정부의 농축산물 지원 사업과 자체 할인행사를 병행하며 '매출 방어'에 나섰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소비쿠폰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대형마트·백화점에 입점한 임대매장 중 소상공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점포에서는 사용 가능하다. 기업형 슈퍼마켓도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사용이 불가하다.
편의점과 외식 프랜차이즈는 직영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에서는 사용 가능하다. 배달앱의 경우 배달 기사를 만나 가맹점 자체 단말기를 사용해 대면으로 결제할 경우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되면서 업계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편의점은 최대 수혜처로 꼽히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들은 소비쿠폰 지급에 맞춰 대규모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CU는 다음달 31일까지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봉지라면과 컵라면, 즉석밥 묶음은 최대 33~50% 할인하고, 생필품 등 36종의 제품을 살 때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25% 할인을 추가로 적용한다. GS25는 자체 브랜드(PB) 생필품 6종과 인기 용기·봉지라면 21종을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25%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21일부터 생수, 라면, 생활용품 등 생필품을 특가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번들 봉지라면 전 상품에 행사카드 결제 시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효과는 단박에 나왔다. 소비쿠폰이 풀리기 시작한 지난 22일 편의점에서는 고기류와 간편식 매출이 크게 늘었다. GS25는 국산 쇠고기 매출이 직전 달 같은 요일인 6월 24일 대비 178.4% 급증했다. CU도 도시락(23.1%), 김밥(35.8%), 샌드위치(29.7%) 등 간편식 매출이 23.8% 증가했다. 평소 편의점에서 잘 팔리지 않던 쌀과 잡곡 등 양곡류도 소비쿠폰이 지급된 22~23일 이틀간 매출이 GS25 12.9%, CU 25.0%, 세븐일레븐 50.0%, 이마트24 94.0% 등으로 늘었다.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들은 맞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비쿠폰 지급 전부터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과 자체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는 등 자구책을 도모하고 있다.
이마트는 농산물을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자체 20% 할인가에 정부 지원 20%를 적용해 정상가보다 36% 싸게 판다. 홈플러스도 여름 신선 먹거리와 각종 생필품까지 약 2만8000개 상품을 최대 7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소비쿠폰 지급 전부터 지난 23일까지 철 과일과 채소, 곡류 등 15개 품목을 1인당 최대 2만원까지 할인해주는 행사를 가졌다. 대형마트 3사는 앞서 초복을 앞두고 일제히 장어, 삼계탕 등 보양식 할인행사도 진행했다.
소비쿠폰 사용처를 두고 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물가 안정 할인행사에 대형마트의 참여를 요청하면서도 소비쿠폰 사용처에서는 제외한 점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비쿠폰 지급이 유통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채널의 제외로 형평성 논란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심리 회복과 내수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