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공급난이 가격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중국의 내수 촉진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구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2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년 전 기록된 사상 최고가(파운드당 5.20달러)에 2센트 차이로 접근했다. 특히 뉴욕 선물 가격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보다 약 1500달러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상무부에 구리 수입에 대한 조사를 지시해 구리에도 25%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구리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27% 이상 상승한 상태다. <본보 2025년 3월 21일 참고 트럼프發 관세 공포…구리값 톤당 1.1만 달러 돌파>
미국의 관세 조치 가능성에 대비해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은 구리 물량을 선제적으로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머큐리아(Mercuria)'는 "현재 약 50만 톤의 구리가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월평균 수입량(약 7만 톤)을 크게 웃도는 규모"라고 말했다.
공급난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년간 투자 부족과 정제 능력 감소로 구리 원재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올해 1월 생산량은 전월 대비 24% 감소하며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칠레 국영 광산업체 코델코(Codelco)는 "광산 유지보수로 인해 이번 분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구리 공급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내수 확대 정책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소비진흥특별행동방안'을 발표하며 내수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올해 최우선 경제 목표로 내수 진작을 내세운 만큼, 산업 필수 소재인 구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발표된 중국의 1~2월 산업 생산 증가율(5.9%)과 소매 판매 증가율(4%)이 예상치를 웃돌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본보 2025년 3월 18일 참고 구리값, 5개월 만에 최고치 근접…"1톤 당 1만 달러 넘을 것">
머큐리아는 "올해 구리 수요가 공급을 32만 톤 초과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구리 확보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타스 빈타스 머큐리아 금속 트레이딩 책임자는 "현재 구리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구리 가격이 1톤당 1만2000~1만3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