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손실 6400억'…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몽니에 ‘K-바이오’ 심장 멈춘다

2026.04.30 08:44:58

노조 "사측 손실 알아서 할 일…협상 안 한 사측 탓"
노조위원장 동남아 휴가·댓글 조작 명령 등 논란
"회사 위기 속 노조 도덕적 해이 심각한 수준 이르러"

[더구루=김현수 기자] "배양·정제 공정이 단 하루라도 멈추면 단백질과 항체가 변질돼 전량 폐기해야 합니다. 최소 64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 측에 대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법원 심문에서 변호사를 통해 한 말이다. 전 세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1위의 심장을 멈추게 하지 말아 달라는 법원에 대한 호소이자 동시에 노조원들을 향한 읍소기도 했다. 그러나 창사 이래 초유의 전면 파업 시계는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30일 삼성기업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에 따르면 오는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28일부터는 자재 소분 부문 조합원 60여명이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법원이 사측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약품 변질·부패 방지 작업과 충전 등 마무리 공정에 대한 파업은 하지 않는다.

 

노조 측은 줄곧 사측이 입을 손실에 대해 '사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파업으로 사측의 손해가 발생하는 건 필연적인 결과며 이는 전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은 사측 탓이라는 것. 이를 두고 노조 측이 책임은 다하지 않으며 권리만 요구하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더욱이 박재성 노조위원장이 파업 하루 전인 30일까지 휴가를 신청하고 동남아 여행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위원장은 "회사에는 사전에 통보했으며 임신한 아내 때문에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익명 커뮤니티에는 "태교 여행이 소중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5개월 전부터 준비한 일정이라면 파업 첫날과 겹치는 그 일정을 조정해 볼 수 있지 않았나.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말을 듣고 싶다", "파업 목적이 사측을 협상 테이블로 부르는 건데 이 시기에는 협상 계획이 없었던 건가" 등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사내 게시물에 노조 측에 유리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유출된 노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는 "조직국의 명령이다", "댓글을 달아라" 등의 표현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업 불참 노조원을 겨냥해 "파업 후에 두고 보겠다"라는 메시지도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합리적인 소통과 공정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던 노조가 정작 위기 상황에서 지도부는 휴양을 즐기고, 내부적으로는 구시대적인 댓글 동원과 압박을 자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중적 행태"라며 "노조의 모랄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파업으로 바이오산업의 핵심 엔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캠퍼스에 ‘적색경보’가 켜졌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하루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생산 차질은 물론 글로벌 신뢰도 추락이라는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장들의 생산 가치를 환산했을 때 가동 중단 시 발생하는 일일 잠재적 손실액은 약 6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우려되는 건 단기 손실이 아닌 장기적 글로벌 신뢰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누적 수주 규모는 약 31조원(214억 달러)에 달한다.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들과 맺은 장기 계약에 따른 결과다. 글로벌 신뢰도가 무너지면 지금껏 쌓아 올린 역대 최대 실적이 한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의 제품이 폐기되거나 납기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글로벌 고객사들은 노조 활동 자체를 큰 리스크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파업 예고만으로도 차기 프로젝트 계약 시 삼성바이오를 기피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기가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수출 전선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된 바이오 산업이 내부 갈등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경쟁국인 중국과 유럽 기업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

 

또다른 관계자 C씨는 "노조의 정당한 권리 주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가 전략 산업의 심장을 멈춰 세우는 방식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며 "지금은 투쟁이 아닌,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노사 상생'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사측은 노조 쟁의행위 금지에 대한 법원 항고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쟁의권이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체행동권이 기업의 존립이나 핵심 자산 보호와 충돌할 경우, 산업적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조 측은 "제품화시키는 일부 공정에 한해서만 작업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기에 파업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측이 항고를 제기한 만큼 대화와 협상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5월 1일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현수 기자 mak@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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