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명동의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 영업 종료 시간이 지났지만 1층에 배치된 22개의 유인 계산대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상품 스캔과 결제, 포장이 쉼 없이 이어졌고,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든 외국인 고객들은 길게 늘어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히 공항 출국장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었다.
지난 3월 29일 개장 이후 한 달 남짓. 이곳은 명동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K-뷰티를 넘어 K-라이프스타일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 950평 공간 메운 '글로벌 열기'…데이터가 설계한 쇼핑 동선
센트럴 명동 타운은 지상 3개 층, 약 950평 규모로 '올리브영N 성수'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올리브영 매장이다. 단순히 규모만 키운 것이 아니다. 명동 상권 핵심 고객층인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상품 구성부터 동선, 서비스까지 전면적으로 재설계된 글로벌 특화 매장이다. 1000여 개 브랜드와 1만5000여 개 상품이 집결했다.
"헬로, 웰컴 투 올리브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국어 응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가 상시 제공되고, 직원들은 국기 배지를 달고 고객을 맞이했다. 언어 장벽을 낮추는 것이 곧 구매 전환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1층은 결제 효율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ㄷ자 형태로 배치된 22개 계산대는 동선을 최소화해 체류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회전율을 끌어올렸다. 대기 구간에는 이너뷰티 브랜드 '푸드올로지' 팝업을 배치해 기다림을 체험으로 전환했다.
2층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메이크업·뷰티툴 중심 체험형 공간으로, 단순 진열을 넘어 직접 써보고 고르는 환경이 강조됐다. 일명 '장원영 렌즈'로 유명한 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 존에는 시력 검사 기기까지 마련돼 구매 전 체험을 돕는다.
◇ "이런 매장 처음"…800종 마스크팩 집결 '마스크 라이브러리'
3층은 올리브영의 라이프스타일 확장 전략이 집약됐다. 헤어·바디케어, 헬스케어, 남성 그루밍 제품은 물론 K-푸드까지 한데 모였다. 특히 K-푸드존은 한국 식품을 압축해 놓은 미니 플랫폼처럼 보였다. CJ제일제당 비비고, KGC 정관장 등 대표 브랜드와 함께 유산균·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이 함께 진열됐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전용 냉장고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왕리(26·여) 씨는 "SNS에서 본 장원영 렌즈와 이재현 회장이 여기서 직접 샀다는 '딜라이트 프로젝트 허니버터 베이글칩'을 사러 왔다"며 "한국 트렌드 전체를 경험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3층 한편에 마련된 '마스크 라이브러리'는 이 매장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800여 종의 마스크팩이 기능별로 정리돼 있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쉽게 제품을 고를 수 있다. 매대 앞에서 진지하게 성분을 비교하며 제품을 고르는 외국인 남성 고객들의 모습도 이제는 이곳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미국에서 온 루카스(31·남) 씨는 "이렇게 다양한 마스크팩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매장은 처음"이라며 "직원이 영어로 설명해줘서 쇼핑이 훨씬 수월했다"고 평가했다.
◇ K-뷰티 넘어 K-라이프스타일…확장된 '이재현의 그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개장 사흘 전 현장을 찾아 K-라이프스타일의 글로벌 가능성을 점검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K-뷰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혁신 DNA 글로벌 이식'을 주문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그 전략이 일정 부분 현실화된 모습이다. 화장품 중심 소비를 넘어 식품과 헬스케어까지 구매 영역이 확장되며 K-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업 종료를 앞둔 시각에도 매장 열기는 식지 않았다. 직원들은 영어로 대기 줄을 정리하며 고객을 순차적으로 안내했고, 2층까지 이어진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기자가 계산 줄에 합류해 결제를 마치기까지 10분이 넘게 소요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센트럴 명동 타운 매장은 명동의 여느 쇼핑 공간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 입문 플랫폼이자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기능하고 있다. 국적을 가리지 않는 방문객, 증가한 남성 고객 비중, 장시간 체류하며 제품을 비교하는 소비 패턴은 이를 방증한다. 이곳에서 검증된 큐레이션 전략과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는 향후 해외 매장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1호점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이곳은 사실상 '리허설 무대'인 셈이다.
이 회장이 주문한 '명동 특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해답은 이미 계산대 앞에 늘어선 긴 줄이 말해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