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서울 송파구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잠실 장미 1·2·3차 아파트가 21년간의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비상에 나섰다.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법적 분쟁과 내부 갈등을 털어내고, 최고 49층 높이의 초고층 단지로 거듭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시 정비계획 확정에 따라 장미 1·2·3차는 용적률 300% 이하를 적용받아 최고 49층(184m) 매머드급 단지로 재탄생한다.
가구 수는 기존 3522가구에서 1583가구가 늘어난 총 510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551가구는 공공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2005년 추진위원회 결성 이후 규제와 내분에 가로막혀 공전하던 사업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만나며 극적인 돌파구를 찾았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상가와의 갈등도 일단락됐다. 앞서 상가 소유주들은 2024년 7월 아파트 위주의 재건축 방식과 지분 배분에 반발하며 조합 설립 인가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 측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합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며 최종적으로 조합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7일 선출된 김만수 신임 조합장을 향한 기대감도 높다. 상가 관계자는 “새 조합장에 대해 많은 상가 소유주가 지지하고 있다”며 “큰 갈등은 끝난 만큼, 세밀한 이해관계 조정과 소통에 힘쓴다면 사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장미 1·2차 아파트는 1979년에 준공돼 인근 아파트 중 가장 오래됐지만 재건축은 가장 더디다. 잠실 미성(1980년)·크로바(1985년)은 '잠실 르엘'로 재건축됐고 잠실 진주(1980년) 역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로 탈바꿈했다.
조합은 이달 주민공람을 마치고 5월 중 결정고시가 나오면 건축·교통·환경 등을 한꺼번에 심의하는 ‘통합심의’ 단계에 즉시 진입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지침 마련에 착수했다. 조합 관계자는 “9월경 입찰 공고를 내고 이르면 올해 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시공사 선정 방식은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 입찰’이 유력하다. 최근 압구정, 한남, 성수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단독 시공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조합들은 단일 브랜드를 통한 프리미엄 가치를 선호하며, 건설사들도 단지별 특화 설계를 위해 단독 입찰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강변 입지와 압도적인 단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물밑 수주전도 이미 시작됐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일부 건설사가 '심의 통과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 및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며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신천동 공인중개사 A씨는 “아직 통합심의 단계가 남아 있어 대대적인 마케팅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대형건설사 관계자들이 수시로 지역을 돌며 민심을 살피는 등 이른바 ‘스킨십’ 단계에 들어갔다"며 "입찰 공고가 나면 강남권에서 보기 드문 치열한 수주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