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첫 파업 위기에 풍전등화다. 노조 측이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가운데 이달 중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다음 달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이 현실화되고 CDMO 최대 규모 공장이 멈추게 되면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빚어질 혼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전면적인 생산 중단은 의약품 공급망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에도 치명적 위기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대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가 5월 중 파업 돌입을 선언하면서 회사의 핵심 공정이 전면 중단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한적인 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24시간 가동’ 바이오리액터 중단 시 의약품 공급 차질 우려
이번 가처분의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제품이 일반적인 공산품이 아닌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점에 있다. 바이오의약품 공정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 정제해 약을 만들어내게 된다. 생명체를 관리해야 해 1년 365일, 24시간 멈춤없는 연속적인 공정 가동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공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몇달에 걸쳐 생산되던 의약품이 단 한순간에 전량 폐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산 중단은 치명적인 의약품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의약품들은 주로 암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치료에 쓰이거나, 정상적 생활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투여가 필수적인 희귀질환 치료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악의 경우 의약품 공급 차질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는 환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 ‘약속이 생명’인 수주 산업… 신뢰 하락은 곧 생존 위기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모델이 자체 의약품 생산이 아닌 CDMO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신뢰도 하락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DMO 사업은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에 의거해 고품질의 의약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창립 이후 몇년간은 신뢰의 기반이 되는 '트랙 레코드'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은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라는 고객사와의 엄격한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라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중단은 단순한 수주, 실적 훼손 차원이 아니라 '우리 약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수주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생명 볼모’ 파업 논란… 전문가 커리어에도 ‘주홍글씨’ 우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노조가 파업 강행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일부 노조원들의 자극적인 발언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원들의 '배치 중단으로 인한 손해는 회사의 것이니 알 바 아니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며 "언제든 환자를 담보로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회사 임직원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업계에 팽배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파업까지 한 달...극적 타결 이룰 수 있을까
업계의 우려 속에서도 노조는 4월 중 설명회, 투쟁 결의대회 등을 거쳐 5월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타임라인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권리 주장도 생명 존중이라는 산업의 본질적 가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글로벌 신뢰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성숙한 노사 관계의 구축만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