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④BC주 "CPSP 후속 핵심 역할…수십억 달러 가치 창출"

2026.02.25 08:00:57

라빈 칼론 고용·경제성장부 장관, 해양 산업 인프라·지리적 이점 강조
BC주, '룩 웨스트(Look West)' 로드맵 발표…숙련 인재 투자 확대

 

캐나다 국방 정책에서 잠수함은 늘 후순위였다. 1960년대 미국 해군에서 잠수함을 빌려 운용했고, 이후에는 영국의 노후 오베론(Oberon)급 잠수함을 도입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며 상황은 급변했다. 오늘날 잠수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캐나다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달 사업인 차세대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은 잠수함을 변방의 전력에서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전환점이다. 이 사업에 뛰어든 한국과 독일은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방산 협력을 넘어 광물, 에너지, 자동차 산업까지 아우르는 '국가 대 국가' 차원의 패키지 제안을 내놓으며 판을 키우고 있다. 최종 낙점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캐나다 현장을 직접 찾았다. -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①한화에겐 냉혹한 현실, 나토 동맹 극복은 '과제'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②캐나다 해군협회 "韓과 협력 기회 '무궁무진'"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③한화 손잡은 CAE, '함정+훈련' 통합 패키지로 정면 돌파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④캐나다 BC주 "CPSP 후속 핵심 역할...수십억 달러 가치 창출"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⑤밥콕–한화오션, 잠수함 사업 ‘윈윈 전략’ 본격 가동

 

[더구루 오타와(캐나다)=오소영 기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가 캐나다 차세대 초계 잠수함 사업(CPSP) 사업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풍부한 산업 인프라와 지리적인 이점, 빅토리아급 잠수함 후속 지원을 통해 입증한 역량을 토대로 유지·보수·정비(MRO) 허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10년 비전을 담은 해양 산업 육성 로드맵을 구체화해 캐나다 정부의 핵심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다.

 

◇ '서부 해군 거점' BC주 '30년' 유지보수 혜택 노려

 

라비 칼론(Ravi Kahlon) BC주 고용·경제성장부 장관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위치와 탄탄한 해군 인프라, 산업 역량을 기반으로 CPSP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태평양과 북극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갖춘 만큼 캐나다 서부에서 잠수함 건조와 유지보수, 훈련, 장기 정비 지원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며 "CPSP 계약의 상당 부분에 유지보수와 정비 같은 작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최소 30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C주는 레저와 상업·방산용 선박을 건조하는 70여 개 조선소와 해양 기업이 밀집해 있다. 조선 건조·MRO 부문에서 500개 이상 기업이 활동 중이다. 전체 해양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1100여 개 기업이 2만2000~2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약 40억 캐나다달러(약 4조2200억원) 상당의 국내총생산(GDP)을 기여하고 있다. 또한 벤쿠버 섬에 700명 이상 상주하는 에스콰이몰트 캐나다 해군 기지와 해군 교육 훈련단 등 주요 군사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BC주는 2008년부터 영국 밥콕의 캐나다 법인인 '밥콕 캐나다'와 협력해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정비를 지원해왔다. 향후 CPSP 사업에서도 보유 역량을 활용해 잠수함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유지·보수 지원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BC주는 작년 10월 한화오션과 만나 유지보수와 기술 이전을 논의한 바 있다. 이어 11월 주정부 주최로 'BC 위크'를 개최하고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대한 토론 세션을 가졌다. 당시 한화오션이 참석해 캐나다에 제안한 장보고-Ⅲ(KSS-III) 배치-II를 소개하고 수주 전략을 공유했었다.

 

칼론 장관은 "CPSP는 BC 기업들이 주계약자와 협력해 국방 조달 계약의 의무사항인 산업·기술 혜택(ITB)에 따른 캐나다 현지 콘텐츠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과의 협력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경제 및 정부 차원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방문단 파견은 보다 광범위한 무역과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고려될 수 있다"고 답했다.

 

◇ 10년 청사진 제시…퀘벡 산업 기반 강조

 

캐나다 정부는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방산 투자를 늘리며 BC주는 자체적인 해양·조선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BC주는 작년 11월 17일 '룩 웨스트(Look West)' 경제·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해양 산업을 BC주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달성할 10년 비전을 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주요 프로젝트의 신속한 허가와 건설 △숙련된 노동력 확보 △부문형 행동 계획 실행을 세 가지 우선순위를 설정했다.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2000억 캐나다달러(약 211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숙련 기술 교육 자금을 2028~2029년까지 연간 2억14000만 캐나다달러(약 3600억원)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인력 부문에서도 숙련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를 두 배 늘렸다. 주택과 인프라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숙련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BC주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민간·군사 겸용 이중용도 기술(Dual-Use Technology)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칼론 장관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연방 정부와 협력하고 차세대 캐나다 잠수함의 의장 공사(각종 장비나 부수시설을 설치하는 공사)와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BC주와 함께 퀘벡도 CPSP 사업 참여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장관 겸 퀘벡 지역 경제 개발 장관은 "퀘벡은 조선 건조와 수리, 해양 서비스, 시스템 통합 및 훈련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해양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퀘벡의 해양 산업은 캐나다 전체 해양 산업 직접 고용의 약 14%를 차지하며, 이는 주 내 2500개 이상의 일자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퀘벡의 잠재력을 알리기 위해 후보 기업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스키트(Christopher Skeete) 퀘벡주 국제관계부 장관은 작년 말 잠수함 공급 후보사인 TKMS 조선소를 시찰하고 사업 역량을 살폈다. 다미앙 페레이라(Damien Pereira) 주한 퀘벡주정부 대표부 대표도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한국의 조선 기술에 높은 관심을 내비친 바 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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