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방 정책에서 잠수함은 늘 후순위였다. 1960년대 미국 해군에서 잠수함을 빌려 운용했고, 이후에는 영국의 노후 오베론(Oberon)급 잠수함을 도입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며 상황은 급변했다. 오늘날 잠수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캐나다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달 사업인 차세대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은 잠수함을 변방의 전력에서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전환점이다. 이 사업에 뛰어든 한국과 독일은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방산 협력을 넘어 광물, 에너지, 자동차 산업까지 아우르는 '국가 대 국가' 차원의 패키지 제안을 내놓으며 판을 키우고 있다. 최종 낙점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캐나다 현장을 직접 찾았다. -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①한화에겐 냉혹한 현실, 나토 동맹 극복은 '과제'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②캐나다 해군협회 "韓과 협력 기회 '무궁무진'"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③한화 손잡은 CAE, '함정+훈련' 통합 패키지로 정면 돌파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④캐나다 BC주 "잠수함 유지보수 지원...수십억 달러 가치 창출 전망"
[60조 잠수함戰, 심장부를 가다] ⑤밥콕–한화오션, 잠수함 사업 ‘윈윈 전략’ 본격 가동
[더구루 오타와(캐나다)=오소영 기자] "캐나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캐나다 왕립해군과 해군협회(NAC)가 공통으로 전제하는 이 문장은 한국이 차세대 초계 잠수함 사업(CPSP)에서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압축한다. 캐나다는 독일과 경제·안보적으로 촘촘히 얽혀있다. 캐나다인에게 독일은 익숙한 동맹국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K푸드', 'K컬쳐'가 아닌 'K방산'은 더욱 낯설다.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나토'라는 전통적인 안보 연대를 넘는 것이 'K 원팀'의 과제로 꼽힌다.
◇ 캐나다 잠수함 사업 변수, 강력한 '나토 동맹'
팀 애디슨(Tim Addison) NAC 오타와 지부 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항상 나토 회원국이자 강력한 나토 파트너였다"며 "전통적으로 대서양 건너편 국가, 즉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태평양 건너편 국가에서 잠수함 전력을 도입한다는 건 캐나다인으로서 제게는 다소 흥미로운 일이다"라며 "단언할 수 없지만,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독일)의 잠수함을 선택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우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앵거스 탑시(Angus Topshee) 캐나다 해군사령관 또한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독일의 동맹 관계를 언급했다. 그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나토 동맹국이고 캐나다는 역사적으로 유럽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캐나다는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우리는 태평양 국가인 동시에 대서양 국가이기도 하며 지정학적 관점에서 양측 모두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 결정을 내리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나토 창설국 12개국 중 하나로 독일과 경제·안보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 가운데 캐나다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 2017년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 임시 발효 이후 양국 교역량은 40% 이상 증가했다.
또한 캐나다 육군은 주력 전차로 독일제 레오파르트2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독일·프랑스 합작사 KNDS와 20억 캐나다달러(약 2조1200억원) 규모의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며 군 현대화에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 韓, 수주 굳힐 '확실한 우위' 필요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는 나토 동맹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독일·노르웨이 등 나토 회원국에 잠수함을 다수 공급한 경험이 있으며, 잠수함 사업 수주를 통해 캐나다와 EU가 방산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해왔다. 폴 글레이저(Paul Glaser) TK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그린란드 사태가 나토 동맹을 강화하며 TKMS의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한화가 나토 프리미엄을 상쇄할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디슨 회장은 "한국이 더 빨리 잠수함을 인도하고 성능이 뛰어나며 다른 평가 요소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결국 정부는 '최고의 잠수함'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속도'는 캐나다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캐나다는 1990년대 영국 해군에서 퇴역한 중고 잠수함 4척을 사들여 아직까지 운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북극권 침입과 미국의 그린란드 영토 침범으로 캐나다 내 안보 불안이 고조되면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압박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구매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탑시 사령관은 "가능한 한 빠른 인도를 원한다"고 거듭 밝혔다.
한국은 납기 기한을 9년에서 6년으로 단축하겠다고 제안했다. 독일보다 빠른 인도가 가능하다는 점은 캐나다 측의 긍정적인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에서 기대하는 산업·기술 혜택(ITB)도 'K 원팀'이 풀어야 할 열쇠다. 캐나다 정부의 평가 지표 중에서 경제적 혜택은 15%로 유지보수(50%)와 잠수함 사양(20%)보다 낮고 재정 상태(15%)와 동일하다. 절대적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두 후보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탑시 사령관은 "두 잠수함(독일과 한국) 모두 캐나다 해군에 적합하다"며 성능 면에서는 합격점을 줬다. 이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캐나다에 가장 도움이 되는 구매가 무엇인지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장관도 "CPSP 조달을 활용해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라며 "캐나다 산업이 국내외 가치 사슬에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사업 수주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