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파진 현대차"…캐나다, 60조원 잠수함 수주 '핵심 키' 車 산업 전환 정책 발표

2026.02.06 13:37:36

EV·배터리 중심 전환 가속…CPSP 수주전서 현대차 역할 커져
방산 넘어 ‘산업 패키지’ 경쟁…독일은 배터리 공장, 현대차는 수소
캐나다 ‘현지 제조’ 압박 강화…美 공장 보유 현대차 전략 딜레마

[더구루=정예린 기자] 캐나다 정부가 전기차(EV)·배터리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을 전면 개편하는 국가 전략을 내놓으며 대형 국책 사업 평가 기준에 '현지 자동차 산업 기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이 단순한 방산 기술 경쟁을 넘어 자동차 산업 투자와 결합한 '산업 패키지' 대결로 급변, 이번 사업의 수주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를 쥐게 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생겼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5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본(Vaughan)에서 캐나다 자동차 산업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캐나다 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제조 기반 강화와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은 CPSP 수주전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대형 방산 사업을 자국 제조업과 공급망 재편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잠수함 기술 경쟁만으로는 부족하고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실물 투자를 제시할 수 있는지가 평가의 주요 잣대로 작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지 정부가 잠수함 수주전의 주요 평가지표로 '자동차 분야 기여도'를 노골적으로 강조하면서 등판하게 된 현대차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독일 폭스바겐은 캐나다 배터리 공장 설립을 무기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수주를 전방위로 지원하며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한국 '원팀'을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K-원팀'이 독일의 공세에 밀리지 않으려면 현대차의 대규모 산업 협력 카드가 사실상 관건이 됐다.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거대 생산 거점을 확보한 현대차 입장에선 캐나다 내 추가 완성차 공장 설립이 글로벌 생산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대차는 대안으로 수소차를 포함한 '수소 산업 패키지'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실제 캐나다 정부의 이번 전략 발표에는 수소 연료전지차(FCEV)에 대한 구매 보조금 지급과 15억 달러 규모의 '충전 및 수소 충전 인프라(CHIRI)' 투자 계획이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전략의 핵심 축이 EV·배터리 중심 제조 기반 구축으로 설계되면서 수소 카드만으로 독일의 '실물 투자' 공세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수 확대 정책은 ‘캐나다 생산 우대’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며 현대차의 결단을 촉구하는 형태다보니 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캐나다 정부는 5년간 23억 달러 규모의 EV 구매·리스 인센티브를 도입해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차에는 최대 5000달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는 최대 2500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동시에 일반 수입 차량에는 5만 달러의 거래가 상한선을 적용하는 반면,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된 EV와 PHEV에는 이 상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며 노골적인 차별화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부과한 자동차 관세에 맞서 미국산 차량에 대한 맞대응 관세도 유지하기로 했다. 캐나다 내 생산을 유도하는 동시에 북미 통합 산업 구조 속에서 자국 제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미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둔 완성차 기업일수록 캐나다 내 투자 압박이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캐나다가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국산 EV 수입을 허용한 점도 현대차에는 부담 요인이다. 중국산 EV 유입이 본격화될 경우 가격 경쟁이 격화되는 구조에서 현대차는 공장 설립 없이 수소 패키지만으로 시장 방어와 산업 기여를 동시에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자료에 따르면 현지 당국은 자동차 제조업 혁신을 위해 전략적 대응 기금 30억 달러와 지역 관세 대응 이니셔티브 1억 달러를 투입한다. 특히 '생산성 초과 공제(Productivity Super-Deduction)'를 도입해 투자 첫해에 비용 공제 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직접적인 설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인프라 은행(CIB)을 통한 15억 달러 규모의 충전망 구축 계획 역시 현지 산업 기여도가 높은 파트너를 우선 고려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내세운 수소 밸류체인 구상이 캐나다의 국정 과제와 맞물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산 시설 투자 없이 점수를 따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5년 75%, 2040년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새롭게 도입한다. 해당 기준은 내연기관 차량의 점진적 퇴출을 유도하며 캐나다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배출 규제 국가 중 하나로 포지셔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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