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유력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 연례 자동차 신뢰도 평가에서 순위가 동반 하락했다. 현대차는 '톱10' 밖으로 밀려났고, 기아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앉으며 10위에 겨우 안착했다.
18일 미국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연간 자동차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기아는 10위(49점), 현대차는 12위(48점)로 평가됐다. 지난해 조사 결과인 기아 9위와 현대차 10위와 비교해 기아는 1계단, 현대차는 2계단 각각 하락했다.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부품 이슈 등이 겹치며 7계단 하락한 21위(33점)로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 조사는 약 38만 대의 차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엔진 △변속기 △EV 배터리 등 20개 잠재적 문제 영역을 분석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신뢰도 점수를 산출한다.
1위는 토요타가 차지했다. 총 66점을 획득하며 정상을 탈환했다. 스바루는 63점으로 2위, 렉서스는 60점으로 3위에 올랐다. 혼다와 BMW는 각각 59점과 58점으로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6위부터 9위까지는 △닛산(57점) △아큐라(54점) △뷰익(51점) △테슬라(50점)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아시아 브랜드의 강세다. 톱10 브랜드 중 7개가 아시아 브랜드로 나타났다. 미국 브랜드 중에서는 뷰익과 테슬라 2개, 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BMW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컨슈머리포트 측은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 기술을 숙련해온 토요타 등 아시아 브랜드들이 여전히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반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경우 아이오닉 5와 EV6 등 주요 전기차 모델에서 나타난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 이슈가 브랜드 점수를 깎아먹는 핵심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기차발(發) 악재 속에서도 기아와 현대차는 각기 다른 전략 모델을 통해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우선 기아는 '하이브리드 신차 효과'가 빛났다. 이번 조사에서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신뢰도 점수 72점을 기록하며 토요타 시에나(59점)와 혼다 오딧세이(43점)를 압도, 미니밴 부문 최고 신뢰도 모델로 등극했다. 전기차에서 잃은 점수를 검증된 하이브리드 경쟁력으로 메운 셈이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기술적 과도기에 있는 전동화 모델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모델의 안정성이 돋보였다.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SUV인 투싼 가솔린 모델은 콤팩트 SUV 부문에서 자사의 하이브리드 버전보다 높은 신뢰도를 기록하며 해당 차급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번 리포트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테슬라의 급부상이다. 테슬라는 모델 3와 모델 Y의 조립 품질 및 파워트레인 안정성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17위에서 올해 9위로 8계단이나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마즈다는 신규 모델인 CX-70과 CX-90 PHEV의 배터리 및 모터 문제로 브랜드 순위가 8계단 폭락(14위)했으며, 리비안(26위) 등 신생 전기차 브랜드들도 최하위권에 머물며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