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일 기자]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가 10월부터 이어지면서 현대차·기아와 포드의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장기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2분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 북미법인(HMA)은 2일(현지시간) 11월 한 달동안 총 7만428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7만6008대) 대비 2%가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판매가 감소한 배경은 전기차 부진이 꼽힌다. 실제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은 지난달 총 2027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월 4989대보다 59% 감소한 수치다. 아이오닉 6도 전년동기 대비 56% 감소한 489대에 그쳤다.

기아는 11월 미국에서 전년동기 대비 3% 증가한 7만2002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65% 이상 급감했다. EV6는 603대를 판매, 전년 대비 68%나 줄었으며, EV9은 918대를 기록, 57.4% 감소했다. 

포드 역시 지난달 전년 대비 0.9% 감소한 16만637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기차 부문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포드는 지난달 4247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판매량 1만800대보다 60.8%가 감소한 수치다.

전기차 주력 모델인 머스탱 마하-E는 49% 감소한 3014대를 기록했으며, F-150 라이트닝이 100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F-150 라이트닝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수치다. 전기밴 모델인 E-트랜짓은 82% 줄어든 227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기아와 포드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배경은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BBBA'를 통해 지난 9월 30일자로 7500달러(약 1100만원)규모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이에 10월부터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전기차 판매량 급감 원인으로는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9월까지 선행 수요가 발생했다는 점과 가격 상승으로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이 꼽히고 있다.

특히 포드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자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드는 올해 초 미시간주 디어본 루즈 전기차 센터에서의 F-150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차도 전기차 생산 라인인 울산 1공장 2라인 관련 기술직 전체(협정 근로자 제외)를 대상으로 휴업에 돌입했다. 휴업은 1일부터 12일까지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 2라인 물량 문제를 해소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전동화 지연, 관세 정국,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고갈 등 다양한 변수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2월 물량 계획 역시 정상 운영 기준에 미달해 휴업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업계는 보조금 폐지 여파로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수 개월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포드는 물론 모든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했다"며 "전기차 시장은 향후 수 개월간의 재조정을 거쳐 수요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