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배터리 소재 스타트업 '실라(Sila)'가 미국산 자동차용 실리콘 음극재 양산 체제를 본격화한다.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자립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5일 실라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에 자동차용 대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준공하고 '타이탄 실리콘(Titan Silicon)' 음극재 시험 생산을 개시했다. 조만간 초기 물량을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 최초'의 자동차 규모 실리콘 음극재 제조 거점인 모지스레이크 공장은 160에이커 부지에 60만㎡ 이상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초기 생산능력은 연 2~5GWh 수준이며, 향후 5년 내 250GWh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신공장은 청정 수력 발전을 활용하며, 생산 전 과정에 안전·환경 관리와 자동차급 품질 시스템이 적용됐다. 실라는 지역 대학 및 직업 프로그램과 협력해 향후 3~5년간 최대 500명의 숙련 인력을 채용하고 훈련할 계획이다.
모지스레이크 공장은 단순 양산 시설을 넘어 미국 내 배터리 소재 혁신과 제조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실라는 이 시설을 통해 국내에서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양산, 기존 중국산 의존도가 높았던 흑연 기반 음극재를 대체하고 미국 배터리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다.
타이탄 실리콘은 실리콘과 탄소를 혼합한 차세대 음극재다.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20% 향상되고 충전 속도는 2배 빠르다. 동일 공간에서 전하 저장 용량이 흑연보다 10배 높아 전기차 배터리 주행거리 확대와 배터리 경량화에 효과적이며, 일부 차량에서는 최대 100마일 추가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 시 20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향후 이 시간을 더 단축할 계획이다. 실리콘·탄소(Si/C) 음극재는 충전·방전 사이클 수명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무게를 최대 15% 줄이고 배터리 공간을 20% 절약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흑연 대비 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75% 낮춰 환경 영향도 최소화한다는 게 실라 측 설명이다.
실라는 일부 전기차 업체와 상업화 단계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23년 12월에는 파나소닉의 미국 배터리 공장에 실리콘 양극 소재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라는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 진 베르디체프스키(Gene Berdichevsky) 최고경영자(CEO) 등이 2011년 설립한 회사로,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주력해왔다. 2021년 세계 최초 상업용 Si/C 음극재를 선보이며 소비자 전자기기, 전기차, 드론 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 성능 향상을 제공했다. 관련 핵심 특허 25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캐나다 연금 투자위원회 △매트릭스 파트너스 △서터 힐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ARPA-E로부터 지난 10년간 1억2000만 달러 이상 지원받아 연구·개발과 양산 기반을 마련했다.
베르디체프스키 CEO는 "신공장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혁신과 제조 간 격차를 줄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실리콘·탄소 음극재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될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미국 내 자립적 혁신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