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홍성일 기자] 유럽연합(EU)이 새로운 금융 데이터 공유 시스템에서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은행권의 강력한 반대와 독일 정부의 지지에 힘입은 이번 조치로 미국과 EU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금융 데이터 접근 규정(FiDA)'에서 미국 빅테크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FiDA는 고객 동의 하에 유럽의 금융기관이 개인 금융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제3자 서비스 제공업체에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자 서비스 제공업체는 제공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산 관리 툴, 자산 관리 앱, 맞춤형 신용 상품 등을 개발할 수 있다. EU는 FiDA 제정을 통해 이용자의 금융 데이터 통제권을 강화하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FiDA가 제정되면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해외 플랫폼에게 어느 정도까지 접근권한을 주냐는 부분이었다. 특히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참가 여부가 화두였다. 이에 2년동안 EU에서는 미국 빅테크의 로비와 이에 반대하는 유럽 내 은행권이 충돌해왔다.
유럽 은행들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 접근을 허용할 경우, 민감한 데이터가 악용될 위험이 있고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런 가운데 EU의 맹주인 독일이 은행의 편을 들고 나섰다.
독일 정부는 공정한 경쟁 환경과 소비자의 '디지털 주권'을 보장하는 EU 자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며 빅테크 배제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유럽의회와 집행위원회도 지지 입장을 보이면서 사실상 미국 빅테크의 참여가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FiDA 참여가 불발된 빅테크들은 "이번 결정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기존 금융권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해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 빅테크의 유럽 핀테크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EU 간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 기술 기업에 피해를 주는 세금, 법률, 규제 등을 도입하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디지털 주권을 우선시하는 규제안을 꺼내들었다"며 "미국 정부가 이를 두고 자국의 빅테크에 피해를 주는 규제라고 판단한다면 EU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