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산 티타늄과 알루미늄을 전략 자산으로 내세워 프랑스 항공우주 산업과의 협력 확대에 나섰다. 러시아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에 발맞춰 전략적 공급처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최근 프랑스를 찾아 에어버스와 사프란 등 항공우주 기업 관계자와 티타늄·알루미늄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사우디의 산업 다각화를 지원하면서 유럽 제조업체에도 안정적 공급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우디·일본 합작회사인 ATTM은 항공우주용 티타늄 스펀지를 연간 최대 1만5000톤까지 생산 중이다. 반다르 장관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려는 에어버스와 사프란의 움직임에 발맞춰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티타늄에 대한 제재는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유럽 항공업계는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는 티타늄 외에도 항공기 동체 알루미늄에 대해 에어버스 기준에 맞춘 인증 절차를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 산업 부산물을 활용한 복합재·플라스틱 등 소재 다변화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자원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사우디는 "보크사이트, 인산염, 구리, 희토류 등 주요 광물 매장량 가치가 기존에는 1300억 달러였지만 지금은 2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프랑스 핵연료 기업 오라노와 인산염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 협의도 진행 중이다.
반다르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안정적인 산업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유럽 기업의 사우디 진출과 합작 투자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