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으로 에너지·금속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와 북극 지역 에너지 프로젝트, 석유·가스 개발, 희토류 광물 개발 협력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를 평화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 유인책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러시아 역시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미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젝트와 자산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다만 두 나라는 아직 직접적인 협상에 착수하지는 않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에너지 부문을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삼고 있다. 평화 협정이 성사될 경우,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 석유, 전력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과 인프라 재건 사업을 미국의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정에 도달하면 양국 모두 미국과 큰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아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이 관리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인프라·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북극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가즈프롬·로즈네프트 등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과 협력할 가능성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 야쿠티아 지역의 톰토르 광구는 희토류 협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니오븀 등 희귀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된 이 광구는 서방 제재로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일부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제 협력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규모 제재 대상이며, 에너지 등 전략 산업에 외국인 투자자 참여를 전통적으로 꺼려왔다. 유럽연합(EU) 제재도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단독 행보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장기 투자가 여전히 높은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경고한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이사는 "2014년 이후 많은 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손실을 입었다"며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