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發 전기차 충전 시장 탈출 러시…재편 신호탄 쏘아올렸다

2025.04.26 07:57:08

전기차 충전기 제조 대기업 중 LG전자 첫 사업 철수
시장 성장 지연…수익성 재검토 분위기 형성되나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던 자회사를 청산하고 충전기 사업에서 철수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충전기 시장에서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문제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6일 LG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ES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고,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HVAC(냉난방 공조)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모으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충전기 제조 사업을 종료한 첫 국내 대기업 사례로 기록됐다. 충전기 제조는 단순 하드웨어 생산을 넘어, 설치·운영까지 전 과정을 요구하는 복합 사업이다. 그러나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공공 입찰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 하이비차저는 뚜렷한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LG전자의 철수는 단순한 사업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SK시그넷, GS차지비, LS이링크 등은 충전기 기술 고도화와 도심 네트워크 확장,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등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LG전자는 시장 환경 변화와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해 전략적 리밸런싱을 결정하고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손을 뗐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홈앤서비스의 충전기 약 1만4000기를 GS차지비에 매각하며 충전 사업에서 철수했고, 한화큐셀도 1만6000여기의 충전기를 플러그링크에 넘기는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기업發’ 충전 경쟁에 하나둘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제조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충전 사업을 다시 정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단순한 플러그가 아닌, 차세대 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 중이다. 이에 따라 충전 시장은 충전 속도, 접근성, 운영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 등 다양한 기준에서 서비스와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들도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채비, 플러그링크, 이지차저 등은 지역 기반 인프라 구축, 건물형 맞춤 솔루션 등을 바탕으로 빠르게 기술력과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가 환경부 자료를 종합해 집계한 '전국 누적 충전기 구축 현황'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수는 누적 41만7437대다. 연간 기준으로는 작년 39만4132대가 설치돼 전년(28만8148대) 대비 약 36.78% 증가했다. 

 

한편 LG전자는 2018년 전기차 충전기 연구개발을 시작한 후, 2022년 애플망고를 인수하며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완속·급속 충전기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했으나, 시장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의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오는 2030년까지 연간 매출 100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까지 수립했으나, 작년 하이비차저의 매출은 106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발행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81 한마루빌딩 4층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06 | 등록일 : 2018-03-06 | 발행일 : 2018-03-06 대표전화 : 02-6094-1236 | 팩스 : 02-6094-1237 | 제호 : 더구루(THE GURU) | 발행인·편집인 : 윤정남 THE GURU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heaclip@thegur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