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러시아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오디오 기기 분야를 겨냥한 새로운 상표를 다수 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내 사업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글로벌 주요 시장에 대한 지식재산권(IP) 선점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1일 러시아 연방 특허청(Роспатент)에 따르면 특허청은 LG전자가 작년 9월 신청한 △엑스붐 그랩(xboomGrab) △엑스붐 락(xboomRock) △퓨론(FURON) 등의 상표 등록을 지난달 대거 승인했다. 이들 상표는 모두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첫선을 보인 제품명들이다. 러시아 역시 글로벌 출시 대상국에 포함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퓨론’은 국제상품분류 기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의 AI 및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 개발, 배포, 모니터링 등과 관련된 서비스 제공을 뜻하는 제42류와 오디오 스피커, 음향 시스템, 무선 오디오 기기, 실내외용 스피커 등 다양한 음향 장비에 해당하는 제9류로 등록됐다. 엑스붐 그랩과 엑스붐 락은 제9류에 해당한다.
퓨론은 LG전자가 공개한 스마트홈 플랫폼을 연결·제어하는 AI 에이전트다.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실시간 공간 센싱과 고객 생활 패턴 데이터를 결합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침실 조명과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차량 내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식으로, 다양한 기기와 연동해 개인 맞춤형 생활 환경을 구현한다. LG전자는 퓨론을 ‘LG AI홈’의 두뇌로 삼아, 일상 곳곳을 연결하는 지능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엑스붐 그랩과 엑스붐 락은 LG전자의 오디오 제품군 엑스붐 시리즈 신제품이다. 엑스붐 그랩은 휴대성과 직관적인 사용성을 강조한 블루투스 스피커로, AI가 사용자 환경과 음악 장르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사운드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래퍼 윌아이엠(Will.i.am)과의 협업 결과물 3종 중 하나로, 이달 초 출시했다.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인 엑스붐 락은 아직 출시 전이다.
주목할 점은 '엑스붐 그랩', '엑스붐 락', '퓨론' 등의 상표가 CES에서 공개하기 약 3~4개월 앞선 작년 9월에 이미 러시아에 출원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 공개에 앞서 지식재산권을 먼저 확보함으로써 브랜드를 보호하고, 시장 진입 전략에 만전을 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상표 등록은 LG전자의 러시아 시장 내 사업 재개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LG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따라 현지 사업을 철수했지만,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제한적 해빙 기류가 감지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재진입 가능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LG전자 역시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의 수요 회복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