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단백질 공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고기보다 친환경적이고 식물보다 영양이 풍부한 '식용 곤충'이 차세대 식품으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식품업계가 기술 확보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귀뚜라미 단백질 시장은 7년 뒤 3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인도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Persistenc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귀뚜라미 단백질 분말 시장은 올해 1억3010만 달러(약 1810억원)에서 오는 2032년 2억7530만 달러(약3830억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11.3%에 달한다. 고단백·저탄소 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피트니스·웰니스 트렌드 확산,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에 대한 관심이 주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귀뚜라미 단백질은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갖춘 완전 단백질로, 비타민 B12와 철분, 식이섬유(키틴) 함량도 높다.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물, 사료, 토지 면적이 적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아 환경 부담이 크지 않다.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귀뚜라미 단백질이 스낵바, 단백질 파우더, 스무디 등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되며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피트니스 시장과 비건 인구를 중심으로 식이보충제 수요도 확산 중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귀뚜라미 단백질을 활용한 반려동물용 사료, 노인 영양식, 병원식 등 특수 영양식 제품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전통적인 식충식 문화와 건강 트렌드에 힘입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롯데웰푸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캐나다 식용곤충기업 아스파이어푸드그룹과 공동연구를 통해 대체 단백질 기반 미래 식품 소재·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아스파이어는 연간 1만 톤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귀뚜라미 단백질 생산기업이다.
롯데 외에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등도 식용 곤충 시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대중 수용성과 규제 이슈 등을 고려해 본격 사업화는 보류한 상태다. 대상 역시 밀웜을 이용한 특수의료용 식품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가시화된 성과는 없다.
심리적 거부감이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위생 우려와 선입견이 강하게 남아 있고, 관련 인증 제도와 유통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제품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클린라벨 인증 확대와 영양학적 근거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병행해 프리미엄 이미지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나 군 급식, 공공 식단 등에서 시범 도입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고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귀뚜라미 단백질은 미래 단백질 공급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소비자 인식 개선이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