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 계열사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미래 핵심 사업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주요 글로벌 시장으로 각각 출격했다.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이르면 이달 중순께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본격적인 '뉴삼성'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전에 '현장형 리더'로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사장)는 디지털 전환(DX)의 격전지 인도를,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는 전장용 부품 시장 확대 및 차세대 반도체 소재 협력을 위해 일본을 찾았다. 이는 각 사가 주력 분야에서 대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그룹 차원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본격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된다.
5일 업계 및 각 사에 따르면 이준희 삼성SDS 사장은 인도로 향했으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일본으로 출국, 글로벌 현장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두 CEO가 맡은 사업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영역인 만큼, 현지 일정에서 파트너십 확대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이준희 삼성SDS 사장, 인도 '클라우드·AI' 거점 구체화 전망
이 사장은 인도에 도착해 공식적인 현장 경영 일정을 시작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주는 혁신과 기회의 땅 인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삼성과 함께 혁신과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밝고 스마트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술통'으로 불리는 이 사장의 인도 방문은 삼성SDS의 핵심 성장 축인 클라우드 서비스(CSP/MSP)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DX 솔루션 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인도는 숙련된 IT 인력과 폭발적인 IT 서비스 시장 성장률을 자랑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삼성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외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번 출장에서 이 사장은 현지 주요 기업 및 파트너사들과의 미팅을 갖고, 대외 매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지 법인의 IT 역량을 점검하고 인도 내 삼성 관계사들의 클라우드 전환 지원을 넘어, 공공·금융 등 대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보가 인도 시장 내 삼성SDS의 IT 혁신 거점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日서 차세대 반도체 '글라스 코어' 승부수
장 사장의 일본 출장 목적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소재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에 맞춰졌다. 장 사장은 일본 도쿄에서 스미토모화학그룹 경영진과 직접 만나 패키지 기판용 '글라스 코어(Glass Core)' 제조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기 측은 장 사장과 이와타 케이이치 스미토모화학그룹 회장 등 핵심 임원진이 MOU 체결식에 참석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는 장 사장의 일본 방문이 단순한 기존 고객사 관리를 넘어, AI 시대의 초고성능 반도체 기술 판도를 바꿀 핵심 소재를 선점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적 행보였음을 시사한다.
글라스 코어는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증가에 따라 기존 유기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필수 소재로 평가받는다. 열팽창률이 낮고 평탄도가 우수해 고집적·대면적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 구현에 핵심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전기는 스미토모화학그룹과의 기술 및 글로벌 네트워크 결합을 통해 글라스 코어 제조 및 공급 라인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합작법인은 내년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며, 삼성전기가 과반 지분을 보유하는 주요 출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장 사장의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글로벌 현장 경영을 통한 글라스 코어 분야의 선제적 성과가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비전 실현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장 사장은 일본 출장 기간 동안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을 선점한 일본 주요 완성차 및 전장 기업 경영진과 만나 고부가 전장용 부품 공급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