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미국 엣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아나플래시(ANAFLASH)'의 칩 생산을 수주했다. 엣지 AI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삼성전자가 중소형 팹리스 고객을 확보하고, 저전력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아나플래시에 따르면 자사의 AI 마이크로컨트롤러(MCU)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8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생산됐다. 현재 해당 칩 시제품은 주요 파트너사와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링 중이며, 오는 11월 대전에서 열리는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아시아 고체회로학회(ASSCC)에서 기술 시연이 예정돼 있다.
아나플래시는 자체 개발한 '로직 이플래시(Logic-EFLASH)'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를 삼성전자의 표준 로직 공정에서 구현했다. 이번 칩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스마트 엣지 디바이스용으로 설계됐으며, AI 모델을 칩 내부에 직접 저장해 외부 메모리 접근 없이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아나플래시의 AI MCU는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구조로 기기가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고 대기 전력 소모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플래시 메모리처럼 별도의 제조 공정을 추가하지 않고 표준 로직 소자만으로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어 제조비 절감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사 파운드리 공정이 스타트업이 설계한 AI 칩에도 적용 가능함을 입증했다. 대형 고객 중심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엣지 AI, 마이크로컨트롤러 등 저전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나플래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니베일에 본사를 둔 엣지 AI 반도체 전문 팹리스다. 삼성전자·HGST·SK하이닉스 출신 송승환 대표와 삼성전자 출신 김시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2017년 공동 설립했다. 한국에는 연구개발 법인 세미브레인(SEMIBRAIN)을 두고 있으며, 2022년 삼성전자가 주최한 '패블리스 챌린지' 1회 대회에서 우승했다. 세미브레인은 이후 한국 정부 연구비 지원을 받아 로직 이플래시 기술을 고도화하고, 삼성 파운드리 공정과의 호환성을 검증했다.
아나플래시는 지난해 말 스톤브릿지벤처스 주도로 진행된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롯데벤처스, 신성델타테크 산하 L&S벤처캐피탈, 플러그앤드플레이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확보한 자금은 엣지 AI 반도체 상용화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제공 확대에 투입되고 있다. <본보 2024년 11월 20일 참고 [단독] 롯데·신성델타테크·스톤브릿지, 美 엣지AI 스타트업 '아나플래시' 투자>
마가렛 한 삼성전자 반도체 북미법인(DSA)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은 "아나플래시와 같은 스타트업 지원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실리콘 제조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향후 아나플래시와의 협력을 지속해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첨단 로직 공정에 비용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지능형 엣지 컴퓨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