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캐나다 조선업체 데이비 디펜스(Davie Defense, 이하 데이비)가 미국 조선업 진출을 위해 현지 조선소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북극 경비함 건조를 위한 특수 시설인 '아메리칸 쇄빙선 팩토리'(American Icebreaker Factory)를 건설하는 것으로 캐나다 조선업체는 수십 년 만에 미국 조선 용량을 단일 규모로 가장 크게 확대한다. 캐나다의 미국 조선업 진출로 한국 조선업계의 역할 축소가 우려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비는 미국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있는 걸프 코퍼(Gulf Copper) 조선소를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로 재건축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 시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쇄빙선 조달 우선순위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다.
데이비는 조선소 설계 및 프로그램 관리 분야의 선두 기업인 펄슨(Pearlson)과 협력해 개발한다. 펄슨은 BAE 시스템즈(BAE Systems), 오스탈 USA(Austal USA), 핀칸티에리 마리네트(Fincantieri Marinette) 등과 협력한 경험이 있다.
랜더링 이미지를 통해 공개된 공장 조감도는 최소 6개의 신규 조립 작업장과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매립지 부둣가가 포함됐다. 걸프 코퍼 시설의 기존 4개 핑거 피어(finger pier, 계선안벽 위에 설치된 장치장)는 제거되고, 쉽리프트(Ship Lift·잠수함 상·하가 설비) 2대가 설치된다.
데이비는 공장 건설로 한화오션과 미 해안경비대가 요구하는 쇄빙선 수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국은 극지 쇄빙선 3척만 운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40척이 넘는 극지 쇄빙선 함대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자체 함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쇄빙선 도입이 시급하다.
쇄빙선 함대가 부족한 미 해안경비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중 첫 번째 선박이 취역할 수 있도록, 수주 후 3년 이내에 인도될 수 있는 '북극 시큐리티 커터(Arctic Security Cutter)' 건조를 위해 미국 및 해외 조선소에 정보를 요청해 왔다. 현재 미국 조선소 중 실물 크기의 쇄빙선을 인도한 곳이 없고, 계약 중인 유일한 쇄빙선 프로그램도 예정보다 수년이나 지연돼 해외 조선소와의 파트너십을 검토해왔다.
데이비는 해당 공장에서 데이비 디펜스의 자매 회사이자 지난 25년 동안 핀란드에서 복잡한 극지방 쇄빙선을 건조해 온 핀란드 헬싱키 조선소의 전문성을 활용한다. 데이비가 2023년 인수한 헬싱키 조선소는 현재 캐나다 해안경비대의 '폴라 맥스'(Polar Max)를 건조하고 있다. 레비스 조선소(캐나다)와 헬싱키 조선소(핀란드)를 보유하고 있는 데이비는 그동안 쇄빙선을 비롯해 약 720척의 특수 선박을 건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 스쿠발라(Kai Skvarla) 데이비 디펜스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쇄빙선 함대의 재자본화와 중국과의 조선 격차 해소는 명백한 국가적 우선순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기술과 역량은 이러한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고 극지방에서 미국의 중요한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함선을 인도하는 데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의 쇄빙선 공장 건설에 한국 조선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캐나다 조선업체의 미 조선업 진출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서 한국 조선소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우리 조선소들은 미국 조선업 재건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협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