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가 상징' 한화오션 美 필리조선소…"더 빠르게, 더 많은 배 건조 목표"

2025.08.25 09:20:51

“장비 운송비만 1억 달러”…비행기로 장비 운송

 

[필라델피아(미국)=김은비 기자] 쇠퇴했던 미국 조선소에 한화오션이 'K-조선'을 불어넣고 있다. 무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델라웨어 강변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한때 미 해군 조선산업의 심장이었지만 냉전 종식 이후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며 '쇠락의 상징'으로 불리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오션 인수 이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14일, 필라델피아 센터시티에서 네이비야드 셔틀 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네이비야드에 도착했다. 35도 폭염 속에서 햇빛까지 강하게 내리쬐었지만 그나마 델라웨어 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부두의 공기를 식히고 있다.

 

네이비야드 입구에는 회색빛 선체 두 척이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거대하지만 겉 도장이 살짝 벗겨진 배의 모습은 과거 강건했던, 하지만 현재 쇠퇴하는 미국 해군 조선소를 상징하는 듯했다. 그 사이로 델라웨어 강 너머에서 주황빛 골리앗 크레인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작지만 또렷한 ‘Hanwha’라는 크레인 로고가 강 건너에서도 뚜렷이 보였다.

 

 

◇한국 기술 투입해 훈련하는 한화 트레이닝 센터

 

네이비야드 내부로 20분쯤 걸어 들어가자 '한화 트레이닝 센터'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철창 너머로 한국인과 현지인 7~8명이 실제 용접 실습을 하며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트레이닝 센터에서 앞에서 필리조선소 24년차 미국인 HR 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인수되기 전부터 필리조선소에 근무했다"며 "처음엔 조선공(선박 기술자)으로 시작해 감독을 거쳐 지금은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도입한 기술 방식이 기존 미국식과 조금 다르지만 그것이 좋은 변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필리조선소 계획은 여기서 조선 능력을 확장하고 더 많은 배를 더 빠르게 건조하는 것"이라며 "새 건물도 짓고,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연간 3~4척을 만들고 있지만 목표는 8척”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채용된 훈련생들은 이곳에서 8주간의 교육을 받게 된다.

 

◇“장비 운송비만 1억 달러”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들여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품에 안았다. 올해 초에는 72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해 도크 현대화와 자동화 설비 확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비 운송비만 1억 넘게 들었죠”.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 전문가 A씨는 말했다. A씨는 “한화 인수 이후 회사 차원에서 장비 현대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장비를 들여오는 경우도 많고 급하면 비행기로 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높은 부가가치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는 “여기서 배 한 척 값이 한국에서 짓는 세 척 값과 맞먹는다”며 “한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한 척이 3000억~5000억 원이라면, 여기서는 1조 원이다. 부가가치가 높으니 한화가 이곳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향후 LNG선뿐 아니라 해군 함정, 상선 건조를 넘어 유지보수(MRO) 사업까지 노리고 있으며 필리조선소 인수는 10년, 20년 치 물량을 바라보는 큰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추가 투자도 진행할 전망이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4개의 도크와 골리앗 크레인도 660톤짜리라 한계가 있다. 1200톤급 크레인으로 교체해 슈퍼블록 공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 "현지 직원과 마찰 등 애로사항도 존재"

 

한화오션 인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B씨는 "초창기 한화오션 전문가는 5명이 퍼스트 팀으로 왔다"며 “처음 온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5명이 각자 생산계획, 건설 매니저, 품질, 도장, 공무 등 분야별로 흩어져 자리를 잡았고, 회의를 통해 안정화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필리조선소에 투입된 한국인 전문 인력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현지인들과의 마찰을 꼽았다. A씨는 "장밋빛으로 그리는 언론 보도와 달리 현실은 한국과 미국의 사고방식 차이가 크고 언어 장벽도 있어 소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이 외부인들에게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는 것.

 

B씨는 일례로 유니폼 일화를 전했다. B씨는 “처음에 현지 직원들은 유니폼을 ‘교도소 죄수복 같다’며 거부했다"며 "그런데 나중엔 오히려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며 좋아하면서 자발적으로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멀리서 본 조선소는 고요했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열기가 감돌았다. 강변에 정박한 선박과 주황빛 골리앗 크레인은 여전히 델라웨어 강 윤슬 위에 선명했다. 멈췄던 톱니바퀴가 다시 맞물리듯 미국 조선업의 심장이 한국 기술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김은비 기자 ann_eunbi@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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