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고전으로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인공지능(AI)와 폴더블폰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앞세워 하반기 반전을 모색한다.
◇ 2분기 반도체·스마트폰 희비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4조6000억원, 영업이익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0.6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5%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53조7100억원, 영업이익 11조36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실적에서 가장 힘을 쓰지 못한 곳은 반도체다.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Device Solutions) 부문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000억원 줄었다. 메모리 재고에 대한 평가충당금과 중국 수출 규제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다만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트레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며 매출은 27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1% 늘었다.
DX(Device eXperience) 부문도 2분기 매출 43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TV 시장의 경쟁 심화 여파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16%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 줄었다.
MX(Mobile eXperience) 부문은 매출은 29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리소스 효율화를 통해 견조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
VD(Visual Display) 부문은 Neo QLED, OLED, 초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 강화로 실적이 하락했다. 반면 생활가전 부문은 성수기 에어컨 판매 호조와 고부가가치 AI 가전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만은 오디오 및 전장 사업 실적 개선으로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중소형 OLED 패널 수요 증가로 매출 6조4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게이밍용 QD-OLED 모니터 판매가 실적을 견인했다.
◇ 하반기 실적 반등 열쇠 'AI'와 '폴더블'
삼성전자는 하반기 실적 반전을 위해 AI와 차세대 기술 제품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DS 부문은 AI 서버용 메모리 공급을 늘리고, HBM 판매량을 상반기 대비 큰 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5세대 HBM3E 판매 비중은 하반기 90% 후반까지 끌어올린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칩 양산도 본격화하고 8세대 V낸드 기반 고성능 SSD를 강화한다.
시스템LSI는 내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칩셋 시장 재진입을 목표로 엑시노스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이미지센서 부문은 초고화소와 저조도 화질 개선 기술인 '나노프리즘'을 적용한 신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추가 수주가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체결한 약 165억 달러(약 22조 5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언급하며 "선단 공정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 대형 고객사와의 추가 계약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DX 부문에서는 △갤럭시 Z 폴드7 △Z 플립7 △S25 시리즈 등 AI 기능이 대폭 강화된 스마트폰 신제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 태블릿과 웨어러블 기기도 AI 기반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며, XR 헤드셋과 트라이폴드 등 혁신 제품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은 "폴더블폰 초기 판매 반응이 긍정적이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프리오더 중심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 AI·전장 M&A 확대…美 반도체 관세 적극 대응
삼성전자는 AI, 냉난방공조(HVAC), 전장, 부품 등 신성장 분야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로봇 플랫폼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미국 오디오 사업부 마시모 등을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AI·디지털 헬스 분야 40여 개 기업에 1억 2000만 달러(약 165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내달 중순 발표를 앞둔 미국의 반도체·반도체 파생품의 무역확장품 232조 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한다. 삼성전자는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PC 완제품 포함돼 있어 당사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협의 결과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리스크 최소화 방안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한국과 미국간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서도 "일부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향후 조치에 따라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