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은비 기자] 지난달 미국 신차 가격이 관세 여파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포드 등은 가격 동결 정책에 힘입어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으나 이 같은 가격 정책을 지속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정책에 따라 완성차 브랜드간 지난달 실적도 엇갈렸다. 앞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은 수요자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개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완성차 브랜드간 더욱 치밀한 가격 정책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4월 美 신차 가격 2.5%↑…관세 논란 탓
켈리 블루북(Kelley Blue Book)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신차 평균 거래 가격(AT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4만8699달러(약 6600만원)로 전월 대비 2.5% 급등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4월 평균 월간 상승률인 1.1%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이며, 지난 10년간 4월 기준 가장 상승폭이다. 신차 판매 인센티브(할인율)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가격 상승과 할인폭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미국 신차 판매고는 146만 대로 견조한 수요를 유지했다. 가격 인상 전에 선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놓고 켈리 블루 북은 지난 021년 이후 가장 높은 "구매 열풍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간 엇갈린 실적…가격 정책 핵심 변수
가격 정책에 따라 완성차 브랜드간 지난달 실적이 엇갈렸다. 특히 '가격 동결'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브랜드는 지난달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포드와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판매가 급증했다. 현대차·기아와 포드 신차 평균 가격과 인센티브의 경우 전월 거의 변동이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총 16만261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6.3% 증가했다. 현대차가 18.5% 증가한 8만7810대를, 기아가 13.8% 늘어난 7만4805대를 팔았다. 4월 기준 현대차그룹 역대 최다 판매다. 포드 역시 9만9954대를 판매, 작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매버릭 픽업트럭의 경우 2만183대 판매,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아우디와 랜드로버, 볼보는 신차 평균 가격 인상과 인센티브 감소를 동시에 겪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캐딜락, 쉐보레, GMC 역시 평균 가격은 상승했지만 인센티브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콕스 오토모티브 에린 키팅콕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발표한 이후 신차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며 "초기 자동차 수요가 급증했으나, 제조사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차종과 모델에 따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