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현대건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미국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에 건설 중인 SMR(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찬호 현대건설 뉴에너지 사업기획실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팰리세이즈 SMR 프로젝트 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용 상승은 프로젝트 발주처인 홀텍 인터내셔널에 전가될 것이며 이는 곧 전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실장은 “프로젝트 발주처나 미국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격 경쟁력과 높은 품질을 모두 제공하는 미국 제조업체를 파악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 조사를 수행하는 한편, 변화하는 관세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폐쇄된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15억2000만 달러(약 2조1700억원)의 대출 보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홀텍 인터내셔널이 미시간 주정부로부터 3억 달러(약 4300억원)를 추가로 지원 받아 현대건설이 SMR 2기를 설치해 재가동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SMR 건설 비용 상승도 불가피하다. SMR 건설에 필요한 철강과 알루미늄 등 주요 부품이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상호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미국 업체 부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현지 언론들도 "현대건설이 글로벌 시장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원자력 발전소 부품을 제작하고 공급할 수 있는 미국 제조업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현대건설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10%의 국제 관세와 25%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미국 제조업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홀텍 인터내셔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에 300MW(메가와트)급 SMR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부지 선정 이후 지반·지질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현장 맞춤 설계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 2분기 내 설계를 완료하고 연말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