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 표준을 완성했다. 차세대 HBM 시장의 '게임체인저'인 6세대 HBM4가 본격 도입되면서 삼성과 SK의 반도체 '왕좌 쟁탈전'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18일 JEDEC에 따르면 업계 선도 기업들과 협력해 HBM4 표준인 'JESD270-4 HBM4'를 발표했다. 지난 2023년 5월 HBM3E 표준을 공개한 후 약 2년 만이다.
JEDEC은 세계 반도체 표준을 제정하는 민간 기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며 이들의 의견을 토대로 반도체 설계·제작의 가이드라인이 될 규격을 정한다.
이번에 공개된 HBM4 표준은 이전 세대인 HBM3 대비 높은 대역폭과 향상된 전력 효율성, 다이·스택당 용량 증가를 특징으로 한다. 표준에 따른 HBM4 대역폭은 초당 2TB로 최대 1.2TB였던 HBM3E보다 상향됐으며, 이를 통해 최대 전송속도는 8Gb/s를 구현한다. 채널 수는 HBM3 16개에서 HBM4 32개로 2배 늘었고, 각 채널은 2개의 서브 채널로 구성된다.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는 VDDQ(0.7V, 0.75V, 0.8V 또는 0.9V)와 VDDC(1.0V 또는 1.05V)와 같은 다양한 전압을 지원해 낮은 전력 소모와 높은 에너지 효율을 실현하고, 호환성도 고려해 기존 HBM3 컨트롤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용량의 경우 HBM4는 12단에 머물던 HBM3·HBM3e보다 높은 최대 16단을 지원한다. D램당 용량도 기존 최대 24Gb에서 32Gb로 확장된다. 층수와 층 당 용량 밀도 모두 향상된 셈이다.
제품 규격이 확정되면서 HBM4의 상용화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HBM4 시장이 개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HBM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는 HBM4를 올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을 최공했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하반기 HBM4 양산을 선언하며 이전 세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올해 초 HBM4의 로직 다이 설계를 마치고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 상무는 "삼성은 업계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HBM 기술과 시장 성장을 선도해 왔다"며 "HBM4 표준의 향상된 메모리 대역폭, 용량, 에너지 효율 및 기타 핵심 성능 특성을 활용하는 고성능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HBM4 표준 제정을 선도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다양한 생태계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HBM4가 AI 개발에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