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쏘아올린 준법감시위]② 이재용 '경영쇄신' 또는 '방패막'…엇갈린 시선

2020.01.08 16:40:00

- 금융권 준법감시제, 금융기관 내부 통제 기여
- 삼성 쇄신 '신호탄'…재판용 이벤트 지적도

 

[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든다. 이미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외부인사 6명과 내부인사 1명 등을 골자로 한 인적 구성안도 나왔다. 삼성이 준법경영을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겨냥한 '일회성 이벤트'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이 쏘아올린 준법위'를 제목으로 △삼성 준법委, 그룹내 야당 △이재용式 '경영쇄신 or 방패막' △재계 영향 불가피 등 3회에 거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쇄신이냐 답보냐' 이재용표 준법감시제도를 두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준법감시인이 내부 통제 기구로 역할하고 있는 만큼 삼성에서 그룹을 감시하는 독립 위원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이벤트에 그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준법감시위, 삼성 쇄신 '신호탄'

 

업계에서는 이번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을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 표현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제도를 운용해 성과를 내고 있는 금융권의 사례는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금융당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준법감시인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사내이사 또는 업무집행책임자로 지위 상향, 내부통제 우수 금융회사에 인센티브 제공 등 지속적으로 법률 개정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금융권의 준법감시인은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모든 업무 자료에 접근이 가능하고 2년 임기가 보장된다. 해임 시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해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점도 상법을 근거로 기업들이 도입한 준법지원인과 다른 점이다.

 

준법감시인은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고 건수는 2014~2018년 매년 감소했다. 2014년 237건이었던 건수는 2018년 145건으로 줄었다. 사고 금액도 4283억원에서 1289억원으로 수직하락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준법경영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책임지고 컨트롤하겠다는 의사 표시이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다만 준법경영은 지원 조직을 갖췄느냐 뿐 아니라 위법행위를 한 임원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형량 낮추기용 우려

 

반면 준법감시위원회가 형식적인 기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을 깨고 뇌물 인정 범위를 넓히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은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최순실씨(개명 최서원)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모두 뇌물로 봤다. 뇌물 액수는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연방양형기준 8장은 효과적인 준법감시제도 구축 여부에 따라 기업인을 감형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범죄 유형에 따라 위반등급을 매기는데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검증되면 3등급까지 깎인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을 봐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는 작년 10월 첫 재판 이후 성명을 통해 "재벌 총수 봐주기를 위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구설에 오를 때마다 내놓은 대책이 흐지부지된 점도 '일회성 이벤트'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비자금 의혹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 퇴진을 비롯해 쇄신안을 내놓았으나 이 회장은 23개월 후 복귀했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내놓은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도 마찬가지다. 9개월 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를 만든 후 미전실 출신 임원을 대거 임명하며 미전실 축소판이라는 논란이 일었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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