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공장 ‘AGR’에 매각 유력…'바이백 옵션' 놓고 신경전

2023.09.26 13:26:28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 직접 발표
AGR, 현지 기업 중 인수 잠정 확정 소식 유일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러시아 장관이 인수 기업을 러시아 기업으로 확정했으며, 매각 조건으로 '바이백 옵션'을 언급했다. 다만 양측은 바이백 옵션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르면 내달 초 공식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데니스 만투로프(Denis Manturov)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이노프롬 산업전시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 인수와 관련해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며 "현대차 측이 직접 밝힌 바로는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만투로프 장관은 '바이백옵션'도 언급했다. 바이백은 매각 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러시아는 2년 조건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최소 5년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은 이를 놓고 최종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기업은 이어 러시아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게 만투로프 장관의 설명이다. 특정 기업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현지 대규모 딜러 네트워크 보유사 아빌론 홀딩(Avilon Holding) 산하 AGR(AGR Automotive Group)을 유력 인수자로 보고 있다. 러시아 기업이 인수자로 확실시되는 만큼 HMMR 인수자로 AGR이 잠정 확정됐다는 소식이 신빙성을 얻었다는 것이다. <본보 2023년 9월 14일 참고 [단독] 현대차 러시아공장 매각 마무리…AGR 인수 잠정 확정>

 

AGR과 함께 인수자 후보로 주목받았던 현지 자동차 위탁 생산업체 아브토토르(Avtotor)는 아빌론과 비교해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제 아빌론은 직접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특히 대표단을 꾸려 HMMR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구매 조건과 매입 가격 등을 제시하는 등 선제적인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대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인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빌론은 현대차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를 비롯해 현지 볼륨모델 '솔라리스'(국내명 엑센트), 중국 전략형 MPV 모델 '쿠스토' 등 현대차 병행수입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내달 초 중 HMMR 매각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초 현대차는 HMMR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현지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소량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급업체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생산 재개에 따른 2차 제재와 글로벌 평판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해 나홋카 항구를 통한 새로운 물류 체인 구축에도 실패하며 운송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지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현지 점유율도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지며 존재감을 잃었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인 유럽비즈니스협회(AEB·Association of European Business)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전년(2892대) 대비 99.9% 증발한 6대 판매에 그쳤다. 점유율은 0.01%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605대로 전년(4만6063대) 대비 96.5% 하락했다. 누적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0.4%로 집계됐다.

 

한편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산 23만대 규모로 투싼과 펠리세이드 등을 생산해 러시아에 공급하는 현대차의 핵심 해외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아빌론뿐 아니라 현지 자동차 위탁 생산업체 아브토토르(Avtotor)와 중국 체리차도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윤진웅 기자 woo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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