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법원이 생체정보 불법 수집 혐의를 받는 삼성에 중개 접수비를 청구해도 된다고 판결했다. 갤럭시 사용자 3만6000명과 중재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며 삼성은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앉게 됐다.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중재 절차를 밟고 선불 수수료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생체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미국에서 피소된 후 중재 비용을 두고 원고와 다퉈왔다.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 4만9986명으로 꾸려진 원고는 삼성이 애플리케이션 '갤럭시'를 통해 사용자 동의 없이 얼굴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소송을 내기 전 삼성의 약관에 따라 미국중재협회(AAA)에 중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삼성이 중재 접수 비용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삼성전자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중재를 강제했으나 기업이 선불 수수료를 치르지 않은 판례를 근거로 들며 법원이 아닌 중재인만 비용 지불을 명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사망했거나 거주지가 일리노이가 아닌 사람이 원고에 포함됐다고도 주장했다. 불명확한 청구인 목록을 기반으로 계산된 중개 접수비를 모두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1만4335명이 일리노이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다만 남은 3만5651명은 거주지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 중재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비용도 삼성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법원은 초기 비용 지불이 단순히 절차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은 비용 지불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AAA를 비롯해 대형 중재 기관은 한 사례당 1000달러(약 130만원) 이상의 선불 수수료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중재 절차를 시작하기 전부터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