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금발의 외국인 관광객이 뜨거운 김을 불어가며 면발을 들어 올린다. 생소한 매운맛에 연신 숨을 고르면서도 젓가락질은 멈출 줄 모른다. 어느새 국물까지 비운 빈 그릇만 남은 이곳은 한강이 아닌 명동 한복판, 이마트24 'K-푸드랩' 2층이다.
지난 31일 오전 10시, 명동 거리는 이른 시간부터 활기로 가득했다. 회색빛 건물들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오렌지색 건물. 명동역 1번 출구 인근에 들어선 이마트24의 특화매장 'K-푸드랩 명동점'을 찾았다. 라면 면발을 형상화한 대형 오브제가 외벽을 타고 흐르는 이곳은, 문을 연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명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었다.
명동의 아침을 여는 것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형형색색의 '바프(HBAF) 아몬드'가 줄지어 선 장관이다. 허니버터맛부터 와사비, 군옥수수맛까지, 맛별로 줄을 맞춰 나열된 아몬드 존 앞은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쇼핑 바구니를 든 채 기자와 스몰토크를 나눈 베트남 여성 후옌 씨는 "옆 건물 다이소에서 쇼핑하고 나왔는데, 오렌지색 건물이 너무 튀어서 홀린 듯 들어왔다"며 "방금 밖에서 가족들과 허니버터맛 아몬드를 나눠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더 고르는 중"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 환전·굿즈·간식까지…관광객 지갑 여는 '원웨이 동선'
1층은 철저히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에 맞췄다. 입구 옆에는 명동 방문객들의 필수템인 환전 및 면세 키오스크가 배치됐고, 그 옆으로는 BTS 등 K-팝 굿즈와 뷰티 상품이 편집숍처럼 구성됐다. 바나나맛우유와 비요뜨 등 'SNS 인증 필수템'들도 6단 매대를 가득 채워 관광객들의 장바구니로 쉴 새 없이 빨려 들어갔다.
K-푸드랩의 진정한 저력은 '연결'에 있다. 환전한 돈으로 아몬드를 사고, 2층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는 '원 웨이(One-way) 동선'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 여기에 떡볶이, 김밥 등 간편식을 모은 'K-푸드 존'까지 더해져 한국의 식문화를 총망라한 복합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 "여기가 라면 성지?"…취향 저격 170종 '라면 아카이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 순간, 시선을 압도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2.8m 높이에 달하는 '라면 아카이브 월'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170여 종의 봉지라면이 도서관 서가처럼 빼곡히 박혀 있는 모습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천장에 설치된 거울은 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방문객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인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의 핵심은 '체험'이다. K-콘텐츠를 통해 '끓여 먹는 라면'에 익숙해진 외국인 니즈를 반영해 봉지라면 비중을 70%까지 높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중앙 취식대는 창밖 시선이 부담스러운 외국인들을 배려해 설계되어 안락한 식사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거대한 라면 벽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영국인 커플은 기자에게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라면 끓여 먹는 걸 보고 꼭 해보고 싶었다. 한강까지 가지 않아도 명동에서 직접 조리할 수 있다는 게 큰 즐거움"이라며 "설명이 4개 국어로 잘 되어 있어 처음 써보는 조리기구지만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의 뜨거운 반응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실제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K-푸드랩 명동점의 평균 일매출은 일반 점포 대비 3배, 방문 객수는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K-푸드 성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8일 정식 오픈한 K-푸드랩 명동점은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 다이소 명동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관광객 수요를 겨냥해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