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이슈] '중국산으로 연전연패' 美 HAAH, 쌍용차로 웃을까

2021.07.27 10:24:30

HAAH 파산신청 후 쌍용차 인수 위한 새 법인 설립
헤일 "3000억~4000억원 투입 쌍용차 파산 막을 것"
성사 땐 쌍용차 북미 진출 기회…성사 가능성 '글쎄'

 

[더구루=김도담 기자] 저가의 중국산 자동차를 북미 시장에서 유통하려던 미국 자동차 유통사 HAAH오토모티브(이하 HAAH)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 듀크 헤일(Duke Hale)의 야심찬 계획은 HAAH의 파산으로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그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새 법인을 설립하고 쌍용차를 인수, 이를 북미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재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의 계획은 파산 위기에 내몰린 쌍용차로선 사실상 유일한 구세주다. 쌍용차는 지난해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의 경영권 포기와 경영난 심화에 이어 올 4월 인수 기업을 끝끝내 찾지 못한 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듀크 헤일의 잇따른 실패 이력과 높은 북미 자동차 시장 진입 문턱,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그의 계획에 물음표를 남긴다.

 

◇"신설 법인 통해 쌍용차 인수…파산 막을 것"

 

듀크 헤일은 지난주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쌍용차 인수를 위해 HAAH를 파산신청한 후 델라웨어 주(州)에 카디날 원 모터스(Cardinal One Motors)를 설립했다"며 "이를 통해 쌍용차의 파산을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쌍용차 인수를 위해선 2억5000만~3억5000만달러(약 2880억~403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인수 의지를 피력했다.

 

HAAH는 실제 지난해(2020년) 하반기부터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와 협상을 이어오는 등 쌍용차 경영권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본보 2020년 9월23일자 참조 마힌드라, HAAH 2억5800만달러 쌍용차 인수 제안에 '고심'> 올 4월 두 회사 간 협상이 결렬된데 이어 지난주 HAAH가 파산신청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쌍용차 인수 협상 재개는 물 건너간 듯 보였으나 듀크 헤일 창업주는 최근 신설 법인 설립을 통해 인수 의지를 재확인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쌍용차를 인수할 최적의 업체"라며 "마감 전까지 인수의향서를 내겠다"고 전했다. 4월 당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당시에도) 인수 의지는 강했으나 시간과 기회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 감지를 위한 인도중앙은행(RBI)의 승인 절차가 늦어지고 쌍용차 법정관리 결정 직전까지도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해 투자 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쌍용차 차종을 유통하기 위해서이다. 쌍용차의 SUV나 픽업트럭을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 저가에 들여와 판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볼보와 마쓰다, 재규어·랜드로버 부사장을 지나내는 등 북미 자동차 유통 분야에서 35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중국차 대신 쌍용차 북미 유통…성공 가능성 '글쎄'

 

듀크 헤일은 최근 수년 동안 '북미 시장에 제삼국의 저렴한 차량을 유통시킬 수 있다'는 일념 아래 사업을 펼쳐왔다.

HAAH오토모티브는 2019년 중국 중타이(Zotye)의 SUV 'T600'을 2020~2021년 중 들여오려 추진했다. 또 올 4월엔 중국 체리자동차의 전기차 자회사 상하이 시카차기술개발(Shanghai SICAR Vehicle Technology Development Co.)과 투자의향서(LOI)를 맺고 시카 전기차 북미 유통을 꾀했다. <본보 2021년 4월19일자 참조 [단독] HAAH, 쌍용차 대신 中 체리차와 합작사 '설립'>

 

그러나 결과적으론 모두 실패했다. 중타이의 경우 계획 초기 단계부터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악재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론 20% 낮은 가격에도 시작부터 '중국산'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이후 전기차에 눈을 돌렸으나 이 역시 LOI를 맺은 후 3개월 만에 회사를 파산시켜야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등 신흥국 저가 자동차의 북미 시장 진출 모색은 최근 10년 가까이 이어져 왔으나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현재 북미 시장에 판매 중인 중국산 차는 볼보와 뷰익뿐이다. 두 브랜드 모두 중국에서 생산한 차를 북미에 판매할 뿐 브랜드 자체는 스웨덴, 미국 국적이다. 볼보는 모회사가 중국 지리자동차이기는 하지만 차량 개발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뷰익은 미국 제네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이다. 중국의 독자 브랜드, 모델이 북미 시장에 안착한 일은 사실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듀크 헤일 HAAH오토모티브 창업주가 중국차 대신 쌍용차에 눈독을 들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HAAH오토모티브를 파산 신청하고 카디날 원 모터스란 신설 법인을 설립해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쌍용차를 중국 브랜드로 혼동할 우려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 동안 실패를 거듭해 온 그가 쌍용차로 반전에 성공하고, 위기의 쌍용차를 살릴 수 있을진 미지수다. 쌍용차가 이를 통해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최상이지만, 이를 장담할 순 없다. 현대차와 기아만 보면 북미 시장에서의 한국차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쌍용차는 아직 단 한번도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없다.

 

쌍용차의 상황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2020년) 423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적자 폭이 전년 2819억원에서 1.5배 늘었다. 매출 역시 2조9502억원으로 18.6% 줄었다. 추가 투자 없인 북미를 겨냥한 신차를 개발할 여력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듀크 헤일의 카디널 원 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약 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으나 3900억원에 이르는 공익채권과 이후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선 8000억~1조원 규모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목표로 이달(7월)까지 인수의향서와 비밀유지 확약서를 접수받는다. 또 오는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0월까지 가격협상, 11월에는 계약을 체결해 연내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김도담 기자 dodam@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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