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에서 '짐'으로...포르쉐, 모기업 구조조정 최대 걸림돌 신세

폭스바겐, 포르쉐 지분 가치 60억 유로 추가 손상
中 판매 부진·美 관세·전동화 전략 차질 겹쳐…“수익창출원 시대 끝났다”

[더구루=나신혜 기자] 폭스바겐그룹의 대표적인 '복덩이'로 꼽혔던 포르쉐가 구조조정의 최대 부담 요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 시장 부진과 전동화 전략 차질, 미국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대중차 브랜드 스코다에도 수익성에서 밀리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5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보유 중인 포르쉐 지분 75%와 관련해 60억 유로(약 9조3000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면서 실적 전망을 다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27억 유로(약 4조2000억원)에 이어 추가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인식한 것이다.

 

이번 손상차손은 폭스바겐이 그룹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대규모 인력 감축 등에 합의한 직후 다시 대규모 회계상 손실을 반영하면서 구조조정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폭스바겐 주요 주주인 독일 자산운용사 데카의 잉고 슈파이히(Ingo Speich)는 "구조조정 돌파구를 마련한 직후 나온 매우 부정적인 신호"라며 "상황은 여전히 매우 취약하고 가시성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포르쉐는 지난 2022년 유럽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가운데 하나로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이후 중국 시장 판매 감소와 전기차 전략 차질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빠르게 둔화됐다. 특히 한때 핵심 성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며 입지가 약화됐다. 포르쉐는 중국 내 딜러망까지 축소하며 사업 재편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주요 양대 시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포르쉐의 수익성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 두 자릿수 중후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그룹 평균 이하로 떨어졌고 일부 지표에서는 스코다에도 뒤처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 페르디난트 두덴회퍼(Ferdinand Dudenhoeffer)는 "포르쉐가 수익 창출원 역할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판매량보다 가치' 전략을 택하면서 포르쉐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며 "이익률이 양호해도 절대적인 이익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 장부상 포르쉐 가치도 급감했다. 이번 손상차손 반영으로 포르쉐 관련 영업권은 약 100억 유로(약 15조5000억원)로 줄었다. 지난해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한 규모다. 포르쉐가 상장한 지난 2022년 당시 영업권은 188억 유로(약 29조1000억원)에 달했다. 포르쉐는 고수익 모델 중심 전략을 통해 반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하엘 라이터스(Michael Leiters) 포르쉐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메모를 통해 중기 영업이익률 목표 10~15%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만으로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CAM)의 슈테판 브라첼(Stefan Bratzel)은 "지금보다 압박이 더 클 수는 없다"며 "비용 절감만으로는 폭스바겐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스코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그룹 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독립 자동차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Matthias Schmidt)는 "체코 브랜드 스코다가 사실상 그룹의 새로운 포르쉐가 됐다"고 평가했다.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그룹 영업이익률을 9%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포르쉐의 실적 회복 여부가 그룹 구조조정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역설적으로 포르쉐의 실적 악화가 폭스바겐이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할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너

K방산

더보기




더구루 픽

더보기

반론 및 정정보도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