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 허브' 벗는 말레이시아, 첨단 생태계 판 키운다

지난해 전략산업 투자액 6.7조원…전년 比 3배
반도체 설계 육성·데이터센터 기반 인프라 확충

 

[더구루=김수현 기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정부연계투자회사(GLIC)의 대규모 장기자본을 투입해 반도체,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전환 등 국가 전략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의 장기 운용자금을 전략산업에 공급하는 산업·기업 개혁 프로그램인 'GEAR-uP' 실행이 한층 힘을 받고 있다.

 

12일 코트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최근 'GEAR-uP 2026 성과보고서'를 발표하고, 6개 GLIC가 지난해 총 203억 링깃(약 6조7194억원)규모의 국내 직접투자(DDI)를 배정·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66억 링깃(약 2조1814억원)의 세 배 수준이다. 이로써 2024~2025년 누적 투자액은 약 269억 링깃(약 8조890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정한 총 1200억 링깃(약 40조원) 중 약 931억 링깃(약 30조7705억원)의 추가 투자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

 

분야별로는 첨단기술·반도체 생태계에 약 32억 링깃(약 1조576억원)이 공급됐다. 특히 이 가운데 14억 링깃(약 4627억원)은 기존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집적회로(IC)설계와 지식재산권(IP) 등 고부가가치 영역을 육성하기 위해 카자나와 공무원퇴직기금(KWAP) 등을 통해 집중 배정됐다.

 

현지 IC 설계기업인 스카이칩의 증시 상장 지원과 미국 기술기업 신티언트의 페낭 연구개발·제조 캠퍼스 개소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디지털, 물류 인프라 분야에도 18억 링깃(약 5950억원)이 투입됐다. 조호르와 클랑밸리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초대형·초고용량 데이터센터와 첨단제조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동화 물류허브, 전력 및 냉각 인프라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전환 부문에서는 국영 전력회사 TNB의 설비투자와 KWAP의 기후투자 플랫폼 등을 통해 전력망, 역냉방 시스템 확충이 이어지고 있다.

 

GEAR-uP의 자금은 해외 기업에 직접적인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지 않고, 현지 투자기업이나 프로젝트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해외 기업의 협력 기회가 생기는 구조를 띤다.

 

코트라 관계자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는 GLIC 자체를 최종 고객으로 접근하기보다 GLIC 투자기업, 산하 GLC, 현지 EPC(설계·조달·시공)·시스템 통합기업, 산업단지 개발사 및 투자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순 해외기술 도입보다 현지기업의 성장, 기술역량 축적, 고숙련 일자리 및 국내 공급망 형성을 중시하는 만큼 제품 수출만 제안하기보다 현지기업과의 기술협력, 공동 연구개발, 현지 조립·생산, 장기 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협력모델을 제시할 경우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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