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 최대 나프타 공급국 자리를 알제리에 내줬다. UAE 정유시설 가동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위축으로 UAE산 공급이 줄면서 한국의 나프타 수입처가 다변화하고 있다.
12일 코트라는 "올해 상반기 한국의 나프타 수입액에서 알제리산이 차지한 비중이 17.2%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UAE산은 14.5%로 2위로 내려섰으며 미국이 13%, 인도가 9.7%, 오만이 9.3%로 뒤를 이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분으로, 석유화학 공정에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만드는 핵심 원료다.
UAE는 2024년과 지난해 각각 21.6%, 23.3%의 비중을 차지하며 한국의 최대 나프타 공급국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UAE산 비중은 1월 24.9%에서 2월 18.7%, 3월 12.8%로 낮아진 뒤 4월에는 5.8%까지 떨어졌다. 공급국 순위 역시 1월 1위에서 4월 7위까지 밀렸다. 5월과 6월에는 각각 12.4%, 11.9%로 일부 회복했지만 연초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나프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나프타 수요의 약 45%가 수입 물량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쳤다고 밝혔다. 올해 중동 지역의 생산과 운송 차질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지난 3월 27일부터 나프타 수출 제한과 내수 전환 등을 포함한 수급 안정 조치를 시행했다.
UAE산 공급 감소에는 현지 최대 정유거점인 루와이스의 가동 차질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UAE의 전체 정제능력은 하루 124만9000배럴로, 이 가운데 루와이스가 하루 81만7000배럴을 차지한다. UAE 전체 정제능력의 약 65%가 집중된 핵심 생산기지다.
루와이스 산업단지는 지난 3월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유시설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차질 이전 루와이스의 나프타 수출 규모는 월 약 100만톤에 달했다. 이후 5월부터 오만 소하르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STS)을 활용한 나프타 수출이 일부 재개됐고 6~7월에는 원료 반입도 늘었지만, 정유시설의 전면 정상화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위축도 공급 차질을 키웠다. 국제통화기금(IMF) 포트워치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전 12개월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과 화물선은 하루 평균 78.5척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2.8척으로 96.4% 급감했다. 6월 10.7척까지 회복한 뒤 7월 8.4척, 8월 1~23일 4.9척으로 다시 감소했다.
또 원유와 달리 나프타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마땅한 수송수단이 없다. UAE는 아부다비 합샨과 해협 밖의 푸자이라를 잇는 하루 최대 180만 배럴 규모의 아부다비 원유 송유관(ADCOP)을 운영하고 있어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 ADCOP는 원유 수송용이기 때문에 루와이스에서 생산된 나프타에는 활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의 나프타 수입처도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UAE산 비중이 1분기 19.0%에서 2분기 10.5%로 낮아지는 동안 알제리산은 13.5%에서 20.5%, 미국산은 7.8%에서 17.8%, 인도산은 5.3%에서 13.6%로 상승했다. 가격과 계약조건, 선적 시차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지만 UAE산 공급이 줄어든 시기에 대체 공급국 비중이 동시에 확대된 셈이다.
UAE는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부다비 제벨 다나와 푸자이라를 연결하는 하루 150만 배럴 규모의 신규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다. 2027년 완공되면 기존 ADCOP와 합쳐 하루 약 330만 배럴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재 UAE의 호르무즈 우회 인프라 투자는 원유에 집중돼 있어 나프타 공급의 구조적 제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코트라는 "향후 UAE의 우회 인프라 투자가 나프타 등 석유제품의 저장·수송 분야로 확대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