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10년이 넘는 논의 끝에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표적을 정하고 공격하는 자율살상무기체계(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LAWS), 이른바 '킬러 로봇'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규범이 제정된다. 유엔(UN)이 비전60·스팟 등 전투용 로봇개가 초래할 윤리적 공백과 책임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법적 기준과 공식 협상안(Rolling Text) 체계를 정립해 기계가 스스로 생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명확히 한다.
톰 베렌젠(Tom Berendsen)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산하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정부전문가그룹(GGE) 회의에서 128개국이 LAWS의 핵심 요소를 정의하는 보고서 채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협상 의장국으로써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채택된 협정문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았지만 이번 합의는 AI와 무인 무기가 실제 전장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나온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실효성 있는 국제 규범을 구축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유엔은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한 LAWS의 개발을 금지하고 나머지를 제한하는 '2단계 접근법'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1단계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거나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기 힘든 자율무기는 전면 금지하고, 2단계로 남은 허용 무기도 용도와 사용 범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선택하고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 및 사용하고 있다. 사족보행 로봇이 AI 무장 솔루션과 소총을 탑재하면서 전투용 로봇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공격하는 치명적 무인 무기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무기의 사용을 제한하고 규제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규정 마련을 촉구해 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각국에 "기계가 인간을 자율적으로 표적 삼아 공격하는 도덕적 선을 넘어서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AI를 활용한 자율무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은 협정문을 오는 11월 열리는 CCW 검토회의에 제출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식 국제 조약 협상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10년이 넘는 논의 끝에 킬러 로봇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첫 공식 규범 틀이 마련됐지만 해결과제는 산적하다. CCW는 모든 의사결정을 만장일치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매우 까다롭다. 이번 합의 역시 연성법(Non-binding) 형태의 보고서 채택 수준에 머물러 법적 구속력의 부재가 존재한다.
국가 간 입장 차이도 있어 이들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최종 타결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LAWS의 규제를 두고 법적 의무가 있는 국제 조약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의 지속적인 반대로 난항을 겪어 왔다.
주요 군사 강국들은 법적 의무 규정을 강제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이들은 기존의 국제인도법(IHL)만으로도 자율무기를 통제하는 데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율무기가 인간 군인을 대체하여 자국의 인명 피해를 줄이고 작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기술 개발을 지속해왔다.
법적 규제 문서의 세부 문구 조율도 필요하다. 대한민국과 유럽 등 다수 국가 및 시민사회는 '의미 있는 인간의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를 협약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 등 일부 군사 강국은 이를 '적절한 수준의 인간적 판단과 주의(Good faith human judgment and care)'로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