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나신혜 기자] ‘국민차’라는 별명을 달 수 있는 차는 많지 않다. 현대자동차 아반떼는 지난 1990년 전신인 엘란트라가 처음 등장한 이후 36년간 전 세계에서 누적 1600만대 이상 팔리며 그야말로 국민차 반열에 오른 차다. 주변에서도 “첫 차가 아반떼였다”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36년 동안 아반떼는 꾸준히 변신했다. 1990년 1세대를 시작으로 세대교체를 거듭했고, 올해 6년 만에 완전변경된 8세대 ‘디 올 뉴 아반떼’가 등장했다. 단순히 경제성과 실용성을 앞세운 대중차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지난 2021년에는 최고출력 280마력의 2.0 터보 엔진을 얹은 고성능 아반떼 N을 선보이며 서킷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모터스포츠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반떼 N을 기반으로 제작한 ‘더 뉴 엘란트라 N TCR(국내명 더 뉴 아반떼 N TCR)’은 지난달 포르투갈에서 열린 2026 TCR 월드투어 4라운드에서 우승했다.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 소속 노버트 미첼리즈가 두 번째 결승 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으며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그렇게 8세대로 돌아온 신형 디 올 뉴 아반떼를 직접 만나봤다.
◇ 스포츠카처럼 과감해진 외관…실내는 ‘태블릿’ 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외관이다. 이전 아반떼에서 느껴지던 비교적 부드러운 이미지는 상당 부분 걷어냈다. 길게 뻗은 후드와 날카롭게 꺾이는 선, 볼륨을 강조한 펜더가 어우러지면서 얼핏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이다. 실제 신형 아반떼는 이전보다 전장이 55mm 길어지고 전폭과 휠베이스도 각각 30mm 늘어났다. 긴 후드와 짧아 보이는 오버행을 통해 스포티한 비례감을 강조했다.
각을 한껏 세운 디자인인 만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다. 다만 처음 공개됐을 당시 사진을 봤을 때부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실물을 보니 그 인상이 더욱 강해졌다. 특히 시승차에 적용된 코디악 블루 매트 컬러가 독특했다. 어디서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이코닉하면서도 아반떼의 한층 과감해진 디자인과 잘 어울렸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외관보다 더 큰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다. 신형 아반떼에는 16대 9 비율의 14.6인치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 AI’와 오픈형 앱 마켓까지 지원한다.
직접 이것저것 만져보니 기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보다는 차량 한가운데 태블릿PC 한 대를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 강했다. 화면이 커서 정보를 확인하기 편했고, 다양한 기능을 디스플레이 안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직관적이었다. 이번 완전변경에서 운전자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다.
◇ 보기보다 얌전한 주행감…승차감·코너링은 합격점
주행을 시작하자 오히려 익숙한 아반떼의 성격이 드러났다. 차가 완전히 달라졌다기보다는 기존 아반떼가 가지고 있던 편안하고 부담 없는 주행 감각을 다듬은 느낌에 가까웠다.
현대차는 전·후륜 서스펜션을 최적화하고 흡차음재와 실링 구조를 보강해 승차감과 정숙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한다. 전륜에는 주파수 감응형 밸브(SFD3)와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HRS2)도 적용했다. 하지만 실제 운전하면서 정숙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음악 소리를 어느 정도 키운 상태에서도 옆자리 동승자와 대화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뒷좌석 승객과의 대화까지 여유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가속감도 아주 매끄러운 타입은 아니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즉각적으로 튀어나간다기보다는 살짝 끌고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다만 일단 속도가 붙은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속 영역에서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했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노면의 상태는 운전자에게 어느 정도 전달된다. 그렇다고 불쾌할 정도로 충격이 올라오거나 장시간 운전했을 때 허리가 아플 것 같은 단단함은 아니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충격을 비교적 부드럽게 걸러냈다. 현대차가 큰 충격이 들어올 때 충격감을 줄이기 위해 HRS2를 적용했다고 설명한 부분은 일상 주행에서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었다.
의외였던 부분은 코너링이다. 차체가 이전보다 커졌음에도 코너에 진입했을 때 생각보다 차체를 잘 잡아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급격하게 스포츠 세단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속도에서 방향을 바꿀 때 차체가 불필요하게 흔들리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국민차니까 이 정도면 됐지’가 아니라 기본적인 주행 완성도까지 꽤 꼼꼼하게 손봤다는 인상이다.
◇ 가격은 올랐지만 상품성도 ‘UP’…여전히 국민차
물론 8세대로 진화하면서 가격도 올랐다. 이전 7세대 아반떼는 최저 트림인 스마트 기준 2062만원부터 살 수 있었지만, 신형은 기본 트림이 모던으로 재편되면서 가솔린 2.0 기준 2398만원부터 시작한다. 단순 시작가격으로 보면 336만원 높아졌다. 다만 기존 모던 트림과 신형 모던을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10만원 수준이고, 신형에는 플레오스 커넥트와 10에어백,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 등 기본 사양이 대폭 추가됐다.
가격 상승에도 초기 반응은 뜨겁다. 신형 아반떼는 계약 첫날 1만1094대가 계약되며 역대 아반떼 가운데 가장 높은 첫날 계약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 선택 비중이 52%에 달했다.
36년이 지난 지금도 아반떼에 ‘국민차’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모든 용도를 만족시키는 차는 아니다. 차체가 커졌다고 해도 준중형 세단인 만큼 뒷좌석이 대형 세단처럼 넉넉한 것은 아니다. 트렁크는 479ℓ로 동급 최고 수준이지만, 여러 명이 많은 짐을 싣고 떠나는 장거리 가족여행이나 캠핑에서는 SUV보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반떼의 장점은 더욱 명확하다. 매일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친구나 연인을 태우고 이동하고, 때로는 장거리 고속도로도 달려야 하는 한 대의 차로는 부족함이 크지 않다. 특히 첫 차를 고민하는 사회초년생에게 필요한 공간과 편의사양, 주행 성능을 두루 갖췄다.
가격은 예전의 아반떼보다 높아졌고 차도 훨씬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계약 첫날 1만대가 넘는 소비자가 다시 아반떼를 선택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국민차의 기준도 달라졌지만, 아반떼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