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디아지오(Diageo)가 아시아·태평양(APAC) 사업 수장에 프록터앤갬블(P&G)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스카치위스키·맥주 경력이 전무한 생활소비재(FMCG) 기업 출신을 지역 총괄로 발탁한 건 이례적이다. 이번 인선은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이어진 임원진 교체와 대규모 조직 개편의 연장선이다. APAC 지역 실적 부진과 대규모 조직 슬림화가 맞물린 시점에서 다품종 브랜드 운영과 비용 효율화에 강점을 지닌 P&G식 경영 노하우를 이식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P&G 수석부사장 출신 수제이 와산(Sujay Wasan)은 15일(현지시간) 디아지오 아시아·태평양 사업부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와산은 디아지오 경영위원회(executive committee)에 합류해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한다. 그는 존 오키프(John O'Keeffe) 전 아시아·태평양·글로벌트래블·인도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이 지난 3월 디아지오 북미 총괄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을 맡게 됐다.
와산 사장은 P&G에서 약 28년간 근무한 소비재 업계 베테랑이다. 디아지오 영입 직전에는 P&G 북미 지역 오럴케어(Oral Care) 사업부 총괄을 맡았다. 앞서서는 빅스(Vicks)·프릴로섹 오티시(Prilosec OTC)·펩토비스몰(Pepto Bismol) 등을 보유한 P&G 헬스케어(Health Care) 북미 사업을 이끌었다.
디아지오의 생활소비재 기업 출신 임원급 인사 영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다수 지역 총괄은 담배·식품 등 주류와 인접한 유사 업종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나 내부에서 오랜 경력자를 선임헀다. 반면 와산은 주류는 물론 식음료 업종 경력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기존 인선과는 결이 다르다.
이 같은 파격적 인선은 P&G 특유의 경영 방식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P&G는 브랜드매니지먼트(Brand Management) 체계를 업계 최초로 정립했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다수 국가·다품종 브랜드 운영, 비용 효율화에서 오랫동안 업계 표준으로 통해왔다. 와산이 P&G에서 맡았던 오럴케어·헬스케어 사업 역시 여러 브랜드를 다수 시장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로, 조니워커·기네스·시바스 리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운영하는 디아지오와 유사하다.
와산 사장이 맡게 될 APAC 지역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 디아지오는 올해 회계연도 실적 발표에서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부실한 성적표로 유럽·중남미·아프리카 지역의 성장세가 상쇄됐다고 밝혔다. APAC은 북미와 함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할 최우선 시장 중 한 곳이다.
디아지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연초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 CEO 취임 이후 임원진 교체를 잇달아 단행해왔다. 지난 5월에는 에드 필킹턴 북미 최고마케팅·혁신책임자(CMIO), 히나 나가라얀 아프리카 총괄 사장, 루이스 프라샤드 최고인사책임자(CHRO) 등 3명이 동시에 물러났으며, 최근에는 사노피(Sanofi) 출신 인사를 새 CHRO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번 와산 사장 영입까지 더해지며 기존 틀을 깨는 리더십 재편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본보 2026년 7월 24일자 참고 디아지오, 글로벌 인적 쇄신 '칼바람'…韓 대표 거취는>
루이스 CEO는 "수제이 와산이 디아지오에 합류하게 되어 매우 기대가 크다"며 "그는 획기적인 사업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온 검증된 실적을 갖춘 글로벌 리더"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