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나신혜 기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간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서울 도심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했다. 차량 흐름이 비교적 원활한 밤 시간대에는 속도를 높여 달렸고,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으로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주행했다. 좁은 도심 도로와 주차장까지 오가며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두루 경험해봤다.
푸조 308은 유럽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C세그먼트 해치백이다. 현재 판매되는 3세대 모델은 지난 2022년 7월 디젤 모델로 국내에 처음 출시됐으며, 푸조는 지난해 4월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최근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신 콤팩트하고 개성 있는 해치백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연료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전기차 충전은 부담스러운 도심 운전자 역시 주요 수요층으로 꼽힌다.
푸조 308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해치백은 아니다. 307의 후속 모델로 지난 2007년 처음 등장해 약 2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푸조의 대표 C세그먼트 해치백이다. 국내에는 1세대 모델인 308 HDi와 308 SW HDi가 지난 2008년 10월 처음 출시됐다.
특히 1세대 308은 당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높은 연료 효율을 무기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2009년에는 공인연비 리터(ℓ)당 19.5킬로미터(㎞)를 내세운 308 MCP가 추가됐고, 이후 고유가 시대 경제성을 중시하던 소비자들에게 ‘연비 좋은 프랑스 디젤차’로 이름을 알렸다.
폭발적인 판매량을 앞세운 대중적인 수입차는 아니었지만 308은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푸조의 해치백 라인업을 지켜왔다. 독특한 프랑스식 디자인과 높은 연료 효율, 해치백 특유의 실용성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푸조는 308을 시작으로 국내 스마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모델 408과 중형 SUV 3008에 이어 7인승 SUV 5008에도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48V 하이브리드를 함께 운영하는 멀티에너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의 충전 여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약 20년간 푸조의 대표 해치백 자리를 지켜온 308이 스마트 하이브리드로 어떤 주행감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각진 SUV 사이에서 돋보인 매끈한 해치백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첫인상은 단순했다. 예뻤다.
최근 신차 시장은 차체를 크고 강인해 보이게 만드는 각진 SUV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비슷한 실루엣의 SUV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라면 낮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308의 해치백 디자인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긴 보닛에서 낮은 루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차체 비율은 날렵했다. 차체 곳곳에 적용된 푸조의 사자 머리 로고도 공격적이라기보다 귀엽고 감각적인 인상을 줬다.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차와 확실히 구분되는 프랑스차 특유의 개성이 살아 있었다.
차량에 탑승하면 외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차체가 작게 느껴진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넓다는 인상은 아니지만 이러한 콤팩트한 크기는 서울 도심에서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좁은 주차 공간에 차를 넣거나 복잡한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 부담이 적었다. 골목길과 지하주차장에서도 차체 크기를 가늠하기 쉬웠다.
◇초반에는 낯설었던 가속과 감속
다만 처음부터 모든 주행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1.2ℓ 가솔린 엔진과 48V 배터리, 전기모터를 내장한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e-DCS6)를 결합했다. 엔진과 모터의 합산 최고 출력은 유럽 기준 145마력이며 국내 인증 복합연비는 ℓ당 15.2㎞다. 전기모터가 변속기 안에 통합돼 출발과 저속 주행, 정체 구간에서 엔진을 보조한다. 감속 과정에서는 회생제동을 통해 발생한 에너지를 배터리에 다시 저장한다. 외부 충전 없이 연료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파워트레인의 특성은 시승 초반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탁’ 치고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즉각 개입하면서 브레이크가 한 번에 잡히는 듯 속도가 빠르게 줄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동 방식이지만 평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관성으로 주행하는 데 익숙한 운전자라면 초기 가속과 감속 반응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차가 운전자의 의도보다 먼저 움직이고 먼저 멈추는 듯한 인상이 있었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속도가 빠르게 붙었고,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면 차체가 갑자기 붙잡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수요일 퇴근길을 지나면서부터 적응이 됐다. 가속페달을 단번에 놓지 않고 조금씩 힘을 빼면서 속도를 조절하자 감속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출발할 때도 페달을 섬세하게 조작하면 전기모터가 보조하는 초기 가속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었다.
차량의 움직임에 운전자가 적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운전 요령을 파악한 뒤에는 정체 구간에서도 브레이크를 반복해서 밟기보다 가속페달 조작만으로 속도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었다.
◇코너에서는 작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강점
308의 진가는 코너에서 드러났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작고 조작감이 부드러웠다. 방향을 바꿀 때 불필요한 힘을 줄 필요가 없었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동작과 차량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곡선 구간에서는 차체가 바깥쪽으로 크게 쏠리는 느낌이 적었다. 낮은 차체와 콤팩트한 크기 덕분에 차체 중심이 높은 SUV보다 안정적으로 도로를 따라가는 인상이 강했다.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 일반적인 도심 코너에서는 차체가 운전자가 원하는 궤적을 매끄럽게 따라왔다. 밤 시간대 속도를 높여 주행했을 때도 차체가 가볍게 들뜨거나 불안하게 흔들리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가속과 회생제동 반응에서는 적응이 필요했지만 스티어링과 코너링에서는 푸조가 강조하는 경쾌한 주행 감성을 비교적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입체 계기판은 적응 필요
운전석 앞에는 푸조의 아이-콕핏(i-Cockpit)이 적용됐다. 작은 스티어링 휠 위쪽으로 디지털 계기판을 바라보는 구조다.
계기판은 정보가 여러 층으로 겹쳐 보이는 3차원 형태로 구성됐다. 시각적으로는 독특했지만 처음에는 글자와 숫자가 화면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보가 평면적으로 정렬된 일반적인 디지털 계기판보다 시선의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
운전석 위치와 스티어링 휠 높이에 따라 계기판 일부가 가려지거나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디자인의 개성은 분명하지만 직관성에서는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닷새를 달려도 줄지 않은 연료 눈금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연료 효율이었다.
정확한 실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주유량과 주행거리를 별도로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서울 도심을 출퇴근하고도 계기판의 연료 눈금이 한 칸도 줄지 않았다. 연료 게이지가 실제 연료 사용량과 완전히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체감 효율은 상당히 좋았다.
차량 정체가 심한 올림픽대로에서는 저속으로 움직이거나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이 과정에서 전기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정차 중 엔진이 꺼져 있는 시간이 길었고, 앞차를 따라 천천히 움직일 때는 엔진음 없이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말 그대로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리는 것 같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였다. 장거리 고속 주행보다 정체와 저속 주행이 잦은 도심 생활에서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이 더욱 돋보였다.
◇패밀리카보다는 싱글 또는 가정의 세컨카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가 모든 용도에 적합한 차는 아니다. 뒷좌석은 성인 여러 명이 장시간 편안하게 이동하기에는 여유가 부족했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가족이나 지인을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자신 있게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1인 또는 2인이 이용한다면 활용도는 크게 높아진다. 2열 좌석을 접으면 혼자 떠나는 간소한 캠핑이나 주말 레저에 필요한 짐을 싣는 것도 가능하다.
가장 잘 어울리는 소비자는 디자인과 운전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싱글이다. 획일적인 SUV 대신 개성 있는 차를 찾으면서도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라면 매력을 느낄 만하다.
가정의 세컨카로도 적절해 보인다. 장보기나 자녀 등·하원, 병원 방문 등 비교적 짧은 생활 이동에 활용한다면 콤팩트한 차체와 높은 연료 효율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주차가 쉽고 도심 정체 구간에서 전기모터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세컨카 용도와 잘 맞는다.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넓은 공간과 압도적인 출력으로 승부하는 차가 아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민첩한 코너링, 콤팩트한 차체, 높은 도심 효율을 앞세운 차다.
초반에는 가속과 회생제동 반응이 낯설었고 입체형 계기판도 적응이 필요했다. 그러나 닷새 동안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에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SUV가 넘쳐나는 도로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해치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