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대한항공이 대한민국 공군의 차세대 원거리 전자전기(SOJ) 도입 사업에 투입될 캐나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 2대 도입 계약을 공식 체결하며 본격적인 기체 개조 사업에 착수한다. 이번 계약으로 우리 군의 독자적인 공중 전자전 전력 확보가 가시화된 것은 물론, 대한항공의 고부가가치 특수임무기 국내 개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영토 또한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15일 봄바디어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국의 전자전(EW)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 기종 2대 도입을 확정했다. 양사는 서울에서 공식 서명식을 가졌다. 이번에 도입되는 기체들은 한국의 '스탠드 오프 재머(Stand Off Jammer)' 임무에 특화된 전자전기로 개조될 예정이다.
스탠드 오프 재머는 '원격지원방해기'로도 불리는 핵심 공중 자산이다. 적의 방공망 외곽인 안전지대에서 비행하며 △강력한 전파방해를 유도 △적의 레이더와 통신망 △지대공 미사일 기지 등 전자기 스펙트럼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적진 안으로 직접 침투해 교란하는 '스탠드 인 재머(Stand in Jammer)'와 달리, 아군 전투기 편대가 적 방공망의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전방위 전자 보호막을 쳐주는 '하늘의 방패' 역할을 한다. 현대전에서 전파 주도권 확보가 곧 공중 우세로 이어지는 만큼, 자주국방을 위한 필수 전략 무기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전체 전자전 임무 체계개발은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LIG D&A가 주계약자로서 총괄하며, 대한항공은 기체 도입과 특수임무기 국내 개조 및 체계통합을 담당하는 핵심 파트너로 협력한다. 앞서 LIG D&A(구 LIG넥스원)와 대한항공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같은 해 12월 방위사업청과 공식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은 오는 2034년까지 총 1조 9206억원이 투입돼 총 4대를 개발·배치하는 대형 국방 프로젝트로, 이번에 도입되는 2대는 기본형인 '블록1(Block-I)' 기체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기존 외국산 중형 민항기 기체를 개조해 고성능 전파방해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체 외부에 대형 안테나 구조물을 장착하면서도 항공기의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고난도 개조 및 비행안전 적합성 획득 역량이 핵심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프랑스 다소(Dassault)사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성공적으로 개조해 낸 '신형 백두정찰기(백두체계능력보강) 1차 사업'의 독보적인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사업의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개조된 기체에는 스텔스기까지 탐지·교란할 수 있는 LIG D&A의 지능형 신호탐지 및 AESA 레이더 재밍 기술 등 최첨단 국산 전자전 장비가 통합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대한민국 군의 글로벌 6500 플랫폼 도입 규모는 총 6대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의 방산기업 L3해리스(L3Harris)가 주도하는 22억 6000만 달러(약 3조 3000억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2차 사업' 플랫폼으로 글로벌 6500 기체 4대를 낙점한 바 있다.
이로써 글로벌 6500은 조기경보통제(4대)와 전자전(2대) 등 한국 공군의 첨단 공중 임무를 책임질 핵심 공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플랫폼들에 탑재되는 시스템은 미국 및 나토(NATO) 동맹국과의 긴밀한 연합 작전 상호운용성을 지원하며 최첨단 네트워크 전장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나아가 이번 사업 참여는 지난해 5년 연속 적자의 고리를 끊고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매출 1조원 돌파를 노리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실적 성장세에 강력한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공시 기준 대한항공의 군용기 정비·수리·분해·업그레이드(MROU) 및 무인기 등을 포함한 방산 수주 잔고는 약 2조 7000억원에 달하며, 전체 항공우주 수주 잔고는 4조 7172억원에 이른다. 고환율·고유가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여객·화물 등 민수 부문과 달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부 방산 계약은 대한항공 전체 재무 구조의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단일 기종(글로벌 6500)으로 특수임무기 플랫폼이 통일됨에 따라, 향후 우리 군의 △MRO △부품 수급 △조종사 및 정비사 교육 등 후속 군수지원 효율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군용기 정비 기지인 부산 테크센터를 운영하며 지난 1978년 이래 5500대 이상의 한·미 군용기 창정비 실적을 보유한 대한항공이 이들 기체 6대에 대한 유지 보수 및 후속 군수지원 시장까지 주도하며 확실한 장기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은 롤스로이스의 첨단 '펄 15(Pearl 15)' 엔진을 탑재해 우수한 고고도 비행 능력과 장거리 항속 성능을 자랑한다. 기체 동체 설계가 우수해 레이더나 안테나 등 외관 개조 작업이 용이하며, 뛰어난 전력 공급 능력 덕분에 고출력의 첨단 임무 장비를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어 세계 여러 국가에서 군용 특수 임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 육군 또한 고정밀 다목적 정보감시정찰기인 '하데스(HADES)' 사업의 플랫폼으로 글로벌 6500을 채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