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대규모 물류창고를 확보하고 북방 물류 시장 개척에 다시 속도를 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현지 물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함으로써, 향후 유라시아 시장의 물류 수요 회복에 대비하고 독자적인 현지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러시아 법인 '글로비스 러스(Glovis Russia LLC)'는 모스크바주 나로포민스크 구에 위치한 '스비티노 테크노파크' 내 복합물류단지 '메리디안 스비티노(Meridian Svitino)'의 창고 시설을 임차했다. 계약 면적은 6600㎡(약 2000평) 규모로, 현지 부동산 개발사인 '메리디안'과 5년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모스크바 외곽 신규 거점 확보는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시장 내에서 '비계열(Non-Captive) 물량' 중심의 독자 노선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재매입(바이백) 옵션을 최종 만료하며 생산 거점 복귀 가능성을 접은 바 있다. 최근 현대차가 '엘란트라' 등의 상표권을 신규 등록한 것 역시 "순수 브랜드 유지 차원의 정기 절차"라고 선을 그은 만큼, 현대글로비스의 이번 행보는 과거 그룹사 의존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유라시아 유통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21년 현대위아 엔진공장 등 그룹사 물류 지원을 위해 레닌그라드주 비보르크에 6500㎡ 규모의 물류센터를 가동했던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법인이 인사·통관·법무 등 현지 인력을 충원하며 조직을 재정비한 데 이어, 이번엔 모스크바주 요충지에 5년 장기 창고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현지 및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물류(3PL) 사업과 수출입 디스트리뷰션(유통) 시장 개척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에 확보한 거점은 현대글로비스가 구축해 온 '북방 물류 밸류체인'을 다각화하는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러시아 극동~극서 구간을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정기 급행 화물열차를 운행하며 대륙 물류 시대를 연 주역이다. 정부가 전담 조직을 신설해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과거 북극항로 운송 경험이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철도망과 북극해 항로를 연계하는 유라시아 거점(Hub)으로 모스크바주 물류 기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진출 18년 차를 맞은 현대글로비스의 '뚝심 경영'도 빛을 발하고 있다. 러-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지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인력을 유지하며 시장을 지켜왔다. 이번 투자는 오랜 기간 축적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향후 종전 이후 본격화될 유라시아 물류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에어인천 대주주 펀드 출자 및 우선매수권 확보를 통해 항공 물류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며 외연을 확장한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모스크바 거점 확보를 계기로 현대차의 제조 시설 공백 리스크를 지우고 러시아 내수 및 글로벌 비계열 물류 시장을 타깃으로 한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