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KT&G가 파키스탄 담배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알트리아(Altria) 등 글로벌 담배기업과 잇따른 브랜드 라이선스·협업 계약을 통해 확장했던 해외 사업 전략을 남아시아 시장에도 적용했다. 현지 상장사와 손잡고 자사 브랜드의 로열티 라이선스를 넘기는 구조로, 직접 투자 없이 현지 생산·유통망을 활용해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이다.
6일(현지시간) 파키스탄증권거래소(PSX) 전자공시시스템(PUCARS)에 따르면 현지 담배기업 카이버타바코컴퍼니(Khyber Tobacco Company Limited, 이하 KHTC)가 지난 3일 KT&G와 담배 브랜드 '파인 패션 스카이(Pine Passion Sky)'에 대한 로열티 라이선스 부여를 골자로 하는 1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정식 라이선스 계약은 별도로 체결될 예정이며, 계약이 성사되면 KHTC가 파인 패션 스카이를 파키스탄 현지에서 제조·판매하고 상호 합의 시 제3국까지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최종 계약 체결과 각국 규제 승인, 상업적 조건 충족이 전제 조건이며, 정식 계약 서명 시점에 PSX PUCARS를 통해 추가 공시할 계획이다.
1954년 설립된 KHTC는 파키스탄 카이버팍툰콰주 마르단에 본사를 둔 담배 제조사로, '골드 스트리트(Gold Street)' 등 자체 브랜드로 중동·동아시아·유럽 등지에 수출해 온 현지 상장사다. KT&G와의 이번 MOU는 자체 브랜드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에 글로벌 브랜드를 더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번 MOU는 KT&G가 최근 강화해 온 해외 파트너십 전략의 연장선이다. KT&G는 2023년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의 해외 판매권을 15년간 PMI에 맡기는 장기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니코틴 파우치 등 모던 프로덕트 분야 글로벌 협업을 위한 MOU를 맺었다.
KT&G는 이처럼 직접 생산시설을 늘리기보다 현지 파트너와의 공식 계약을 통해 브랜드 지위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캄보디아 상무부가 현지 유통 파트너사 블루스톤아이멕스(Blue Stone Imex)에 에쎄(ESSE)·레종(RAISON) 등 KT&G 브랜드 5종의 독점 수입·유통권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병행 수입품 단속을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해 정품 유통 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조치다.
다만 파키스탄 담배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조사 결과 파키스탄의 불법 담배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으며, 연간 유통량은 435억 개비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의 불법 담배 시장으로 꼽힌다. 영국 담배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자사 추산으로 파키스탄의 불법 담배 비중이 55~58%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잇따른 소비세 인상으로 합법·불법 제품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비가 저가 불법 제품으로 옮겨간 결과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4월 전국 단위 단속 강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KT&G는 이러한 시장 환경 속 KHTC의 현지 생산 기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직접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정식 유통망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포석이다. 양사의 정식 라이선스 계약 체결 시기와 함께 KHTC의 파인 패션 스카이 전략이 향후 현지 시장 공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KT&G의 지난해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급증했으며,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54.1%로 1988년 해외 진출 이후 37년 만에 처음 국내를 추월했다. 튀르키예·러시아·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해 카자흐스탄 공장을 준공하며 생산 거점을 넓혔고, 올해는 과테말라에 중남미 첫 지사를 설립하는 등 유럽·동남아·중남미를 아우르는 판매 네트워크 확장을 3대 축 전략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본보 2026년 5월 7일 참고 KT&G, K담배 아시아 넘어 세계로…해외 매출 비중 50% 돌파>
KHTC는 "이번 전략적 협력이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경쟁적 지위를 높이며, 향후 사업 성장을 뒷받침할 잠재력이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세부사항은 정식 계약 체결 또는 기타 중요한 진전 사항 발생 시, 관련 법규 및 규제 요건에 따라 공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경만 KT&G 대표이사는 "국가별 정교한 가격 전략과 ‘현지 완결형 생산체계’의 본격 가동을 통해 수익 중심의 질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