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전통적인 통신 사업의 한계에 갇혀 만년 저평가(지주사 및 유틸리티 할인)를 받던 SK텔레콤(이하 SKT)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한 망 공급자(인프라)나 AI 기술의 소비자에 머무는 타 글로벌 통신사들과 달리,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원천 기술 지분 확보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전략을 구사하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에 준하는 멀티플을 인정받는 모습이다.
◇ '만년 유틸리티' 탈피...글로벌 시장, SKT 멀티플 '60배' 재평가
22일 미국 글로벌 통신 전문 매체 RCR 무선 뉴스(RCR Wireless News)에 게재된 다니엘 리오스(Danielle Rios) 텔코디알(TelcoDR) 창립자의 기고에 따르면, SKT는 최근 투자 시장에서 단순한 'AI 노출 통신주'가 아닌 독자적인 'AI 주식(AI Stock)' 카테고리로 재분류됐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기관 모닝스타(Morningstar)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 이번 진단에서 리오스 창립자는 "시장은 AI 플랫폼 계층의 소유권을 확보한 기업에 확실한 보상을 부여한다"며 이 같은 재평가 흐름을 짚었다.
실제 AT&T가 7배, 도이치텔레콤이 15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 멀티플을 적용받으며 여전히 유틸리티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SKT의 P/E 멀티플은 과거 11배 수준에서 최근 60배 이상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 같은 재평가에는 지난 2023년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에 단행한 1억 달러(현재 약 15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SKT의 투자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노린 재무적 투자가 아닌, 기술 동맹을 위한 '전략적 투자(SI)'였다. SKT는 투자와 동시에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국어 △영어 △독일어 △아랍어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통신사향 다국어 LLM' 공동 개발과 AI 플랫폼 구축을 추진해왔다. 당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SKT는 통신 특화 LLM을 함께 만들 최적의 파트너"라고 평가하며 SKT와 손을 잡았던 담대한 비전이 3년이 지난 현재 자본시장에서 가치 재평가라는 결실로 돌아온 셈이다.
◇ 앤트로픽 '1억 달러'투자 잭팟...지분 가치 최대 26배 폭등
이달 초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하면서, 자본시장 내 몸값은 비공개 라운드 기준 최대 1조 달러(약 1500조원) 규모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올해 초 기업가치 3500억 달러(약 530조원)를 인정받으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직원 주식 환매(공개매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상장 전 단계(Pre-IPO)에서 이미 압도적인 구주 거래 유동성과 가치를 증명해낸 셈이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의 초기 주주인 SKT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최소 10억 달러(약 1조 5000억원)에서 최대 26억 달러(약 3조 9000억원)로 상향 조정됐다. 투자 3년 만에 최대 26배에 달하는 초대박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시기 오픈AI에 기술 사용료로 1억 달러를 지불하는 데 그친 미국 T-모바일 등 경쟁사들이 자본 지출을 단순 '비용 소비' 형태로 처리한 것과 달리, SKT는 고성장하는 플랫폼 계층의 지분 가치 상승 체력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전략적 혜안을 증명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SKT의 이번 재평가가 단순한 투자 성과를 넘어 가치 사슬의 구조적 이동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과거 통신사들이 광통신망이나 3G·4G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정작 막대한 부는 그 위에서 작동한 빅테크 기업들이 선점했던 구조를 탈피했다는 평가다. 최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스페이스X를 비롯해 IPO를 앞둔 앤트로픽, 오픈AI 이른바 '테크 거물 빅3' 기업의 몸값 합산액(약 3조6000억 달러)이 전 세계 통신 산업 전체 가치(약 3조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SKT는 통신사 중 유일하게 플랫폼 레이어 진입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 원천 기술 소유권 선점...인프라 넘어 '풀스택 AI컴퍼니' 도약
나아가 SKT는 이러한 플랫폼 소유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천 기술 권한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고 있다. 최근 앤트로픽의 초고성능 AI 아키텍처 도입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의 조기 접근 권한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SKT는 이를 활용해 국가 기간망 수준의 통신 인프라 보안과 사이버 취약점 검증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동시에 519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자체 소버린 모델 'A.X K1'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한 AI 비서 '에이닷'과 글로벌 시장 타깃의 '아스터(Aster)' 등을 연이어 시장에 안착시켰다. AI 사내독립기업(CiC)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와의 산업용 AI 협업까지 전방위로 전개하며 'AI 컴퍼니'로의 전환 가속화에 나섰다.
통신사가 가진 독점적 네트워크 데이터와 과금 기반을 AI 플랫폼 경쟁력으로 치환하는 데 성공한 SKT의 행보는 글로벌 테크 시장에서 가장 모범적인 '테크코(Techco)' 전환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